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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Kalpa 2350-028' |
윤선갤러리는 오는 10월22일까지 쇳가루 등을 활용해 인간의 내면을 사유하며 화폭에 담아내는 이기성 작가의 개인전 'Deep Inner Umber'展(전)을 연다.
재료의 물성과 작업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온 이 작가는 최근 세계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둔 오페라갤러리와 전속계약으로 그 세계적 기량을 검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가가 2019년부터 진행 중인 'Kalpa(겁)' 시리즈를 선보인다. 'Kalpa'는 쇳가루를 활용해 정신적 사유 과정을 회화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1전시실에는 신작 200호를 포함해 시리즈 안에서 다양한 경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한다. 2전시실은 음악과 함께 작가의 작품을 밀도있게 감상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작품 제목인 'Kalpa(겁)' 은 산스크리트어로 시간의 단위로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 작가는 "겁은 무한한 시간성을 뜻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품은 경계구역을 통해 소멸할 수 밖에 없는 모든 것들의 존재론적 유한성을 암시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은 모든 것이 변화해 상쇄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생주이멸(生住異滅)의 과정을 겪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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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Kalpa 23100-008' |
이 작가는 쇳가루를 녹여 캔버스 위에 올린다음 붓이나 손, 도구 등으로 화면을 구성한 뒤 고착액을 붓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작업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이라는 강한 물성은 가루가 되어 유연성을 얻고, 적막한 공기와 시간의 흐름이 캔버스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며 작업은 완성된다.
작가의 물리적 개입이 점차 사라지면서 강인한 철이 산화되어가는 과정은 모든 존재의 소멸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존재의 순간은 마치 영겁의 시간을 버틸 것만 같은 형상과 색감으로 남는다.
이기성 작가는 "우리 사람은 시간과 공간만을 인식한다. 4차원은 겁파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내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면은 4차원을 넘어 차원을 초월한다. 따라서 무(無)도 없고 공(空)도 없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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