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세계에 내놓은 커피 브랜드가 탄생해야"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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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5 18:01  |  수정 2023-08-16 05:27  |  발행일 2023-08-15
"한국 커피소비 전 세계 6위"...이젠 커피 브랜드 탄생 기대
대구 브랜드 핸즈커피, 지난해 연매출 320억원
커피 체험, 전시, 물류센터, 로스팅 공장 포함 공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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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도 핸즈커피 대표
"커피는 음료 넘어 문화의 한 부분
한국 대표 브랜드 없어 안타까워

카페 대형화·고급화만이 답 아냐
콘셉트가 명확해야 성공할 수 있어
유명농장 직거래 현혹되지 않아야

매출이 늘면 확장 고민하게 될 것
직원이탈 막으려면 급여 적절해야"


"한국의 커피 사랑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범접할 수 없습니다. 국내 카페 경쟁력 역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문제는 브랜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 8일 핸즈커피 본사(북구 도원동)에서 만난 진경도(57) 대표는 커피산업을 견인할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면 영원히 커피 소비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은 세계 6위 커피 소비국이지만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내수에만 머물러 카페가 생겨났다 문 닫는 일만 반복된다.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진 대표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커피콩(생두·원두) 수입액은 13억달러(20만t)를 돌파했다. 이 물량은 성인 4천300만명이 1년간 매일 1.3잔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수입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커피가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문화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카페도 많아졌지만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1위는 '스타벅스'다. 이 아성에 도전한 국내 브랜드는 연이어 문을 닫았다.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들이 출혈경쟁을 하는 사이 대기업이 론칭한 브랜드만 유유히 정상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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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커피 매장의 인테리어는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 핸즈커피의 콘셉트는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됐다.
핸즈커피 연매출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00억원(본사 110억원, 가맹점 2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320억원으로 감소했다. 창업 17년간 가맹점은 160호점까지 늘다가 현재는 80곳으로 줄었다. 한 점주가 10년 이상 운영 중인 가맹점은 6곳이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커피매장은 24곳, 레스토랑인 '핸즈쿡'은 9곳이다. 중국 매장은 국내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의 장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대기업 론칭 브랜드 일변도의 커피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선전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진 대표는 "핸즈커피는 대구미술관점만 직영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맹점이다. 모든 판단과 결정은 가맹점주 위주로 한다. 가맹점이 발전의 원동력이자 핸즈커피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교육센터와 사옥을 합친 거대 커피 종합솔루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엔 커피를 체험하고 전시하는 매장은 물론 숙소·물류센터·로스팅공장도 포함한다. 진 대표는 "대구는 바리스타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하지만 타지인은 대구에 막창 먹으러만 온다고 한다. 강릉에 놀러 가면 꼭 테라로사를 방문하듯, 대구에서 꼭 가야 할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와 국내 커피산업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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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 직거래와 대형카페의 이면

지난 6월23일 커피 전문 유튜브 '커핑포스트'가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24곳의 28가지 아메리카노 맛을 감별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눈을 가린 뒤 아메리카노 28잔의 품질과 결점 등을 평가한 결과 '핸즈커피'가 1위를 차지했다. 좋은 재료와 세지 않은 산미,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장점으로 꼽혔다. 영상 조회 수(8월11일 기준)는 20만4천545건, '좋아요' 클릭 수는 3천100개였다.

진 대표는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스페셜티(커피 최고등급) 생두회사와 신뢰를 토대로 거래하면서 철저히 품질 중심의 커피를 구매해 온 덕분에 객관화된 좋은 커피를 쓴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핸즈커피는 생두무역 업체와 수확한 지 12개월 이내의 신선한 생두만 거래한다는 원칙으로 거래를 체결한다. 계약 물량 중 한 달치 사용량만 최적의 생두 창고에 둔다. 필요한 양만큼 그때그때 로스팅한다.

진 대표는 프랜차이즈의 커피콩 농장 직거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농장 직거래의 이면을 직접 경험해 봤단다. 한때 그는 전 세계 커피콩 농장을 찾아 직거래를 텄다. 하지만 선금을 떼인 적이 많았다. 샘플로 본 맛과 공급받은 커피콩의 맛이 달라 피해를 본 적도 적잖았다. 그는 "소비량이 많은 유명 브랜드도 커피 농장주 입장에선 푼돈 들고 흥정하러 온 바이어에 불과하다. 직거래한 커피콩을 1년 이내 소진하지 못하면 맛이 떨어진다. 들인 시간과 비용, 노력에 비해 얻는 게 많지 않다. 경영 측면에서도 생두 직거래를 위해 해외에 몇 달씩 머무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커피산업의 트렌드인 '대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가맹점 70호점까지 99㎡(30평) 안팎 규모의 가맹점을 둔 핸즈커피는 2014년부터 매장 대형화를 준비했다.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사내 기획팀이 대형카페의 유행을 감지했다. 당시 가맹점주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대형카페와 저가형 브랜드 사이에 낀 탓에 경영상 어려움을 많이 토로했다. 결국 2016년 연이어 대형카페 개점에 성공했다. 현재 핸즈커피 전략은 도심 외곽에 231㎡(70평) 이상 661㎡(200평) 미만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규모로 판단해서다. 매장 대형화에 나선 초기엔 200평 이상을 운영하다가 경험을 통해 나름 효율적 규모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핸즈커피 대형화에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다. 트렌드를 좇아 유행하는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미거나 무조건 고급화하지 않는다. 각 매장의 콘셉트를 다르게 잡도록 했다.

그는 "200평 이상을 고려하면 땅을 사들이는 데만 수십 억원이 든다. 커피만 팔아서는 수익을 거둘 수 없는 투자금이다. 때문에 베이커리도 추가하고 레스토랑 메뉴도 판매하게 된다. 이럴 경우 불거지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근교 카페는 주말에 붐비고 평일은 한가하다. 주말 매출로 인건비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근교에 대형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거대한 대형카페는 커피산업을 수렁으로 빠트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망하는 회사에는 이유가 있다

2006년 수성구에 '핸즈커피'를 연 뒤 별다른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2015년까지 1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뒀다. 생계형 2억원 이하로 창업 모델을 내세워 인기가 많았다. 카페 창업이 성공한 이유는 커피를 '장사'로 보지 않고 '경영'으로 봐서다. 진 대표는 "카페를 연다는 건 사업가가 된다는 뜻이다. 조직을 갖추고 성장하려면 사업 기본 구성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구멍가게로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장사가 잘돼도 죽을 것 같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노동을 줄이고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반복적이고 고된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작은 가게 하나로 먹고살 정도의 돈만 벌기를 바란다. 하지만 초심이 오래가지 않는다"며 "대표가 과중한 업무를 덜기 위해선 직원을 고용하면 된다. 일을 가르친 직원의 이탈을 막으려면 생애주기에 맞는 급여를 줘야 한다. 누구나 평생 대리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말은 카페 생존주기가 짧은 이유를 뜻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스타일이 남다른 독립 카페를 창업해도 매출이 높아지면 결국 확장을 고민하게 된다. 규모나 영업점을 늘리면 조직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로기준법, 세법과 회계, 행정, 급여시스템을 함께 익혀야 한다.

진 대표는 "법이나 행정을 걸림돌로 여기는 건 기업 운영과 노동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투덜대지 말고 공부하고 극복해 내는 게 비즈니스다. 그걸 극복하면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손선우 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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