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칼럼] 이동관의 일그러진 언론관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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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6  |  수정 2023-08-16 06:36  |  발행일 2023-08-16 제27면

[유영철 칼럼] 이동관의 일그러진 언론관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어쩌다 신문기자가 된 나는 언론통폐합 등 굴곡의 언론사(史)를 겪으며 26년간 언론에 종사했다. 지방국립대 원예학과를 다니다 유신 때 학보사 기자를 한 게 인연의 시작인 듯하다. 독재정권하인 당시 서울대만 '대학신문'이었고 지방은 '학보'였다. 권력이 "지방대 신문, 그게 신문인가? 서울대만 빼고 학보로 하라!"고 해서 학보가 됐다고 했다. 만날 검열을 당하다가 우리는 대학언론실천선언을 해버렸다. 파면당했다. 대졸 후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기자모집 공고를 보고 영남일보 수습기자가 됐다. 유신 말기, 전두환의 언론통폐합, 영남일보 폐간, 매일신문으로 이동, 민주화 이후 복간된 영남일보로 돌아왔다. 편집국 차장, 부장, 부국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새 사주가 들어와 정리작업이 이뤄졌다. 나이 오십에 퇴직했다. 정치판을 싫어한 나는 정치 근방에도 가지 않았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평소 존경해온 동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연락이 왔다. 대학에 와서 공부 좀 하라고 했다. 선뜻 따랐다. 대학원 신방과에 입학했다. 석사와 박사과정, 얼마나 공부했는지 모른다. 농학도가 신문칼럼 연구로 언론학 석박사가 됐다. 시간강사를, 초빙교수를 했다. 언론중재위원도 지냈다. 가끔 신문관련 특강도 했다. 지금은 친정인 영남일보 한쪽 지면에 4주에 한 번 이렇게 칼럼을 쓰고 있다. 평생 언론인 언론학도가 됐지만 나이 칠십에 이 정도를 다행으로 여기며 칼럼 차례가 오기 1~2주 전부터 준비한다. 무엇을 쓸까? 이번에 '이동관'을 아니 쓸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된 이동관은 적격자가 아니다. 오히려 방송의 공적책임, 독립성 보장, 공정성, 중립성을 망칠 사람이다.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 22년간 기자생활을 한 이동관은 2007년부터 정치인이 됐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하면서 국정원을 통해 MBC장악 문건작성을 지시하는 등 언론탄압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이다(뉴스타파 '이동관 언론장악 개입 입증 공공기록물' 참조). 언론장악과 같은 일그러진 언론관을 지닌 이동관은 솔직하지도 못하다. 지명 후 첫 출근하면서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적에 비춰볼 때 그것은 표리부동한 외출용이었다. 언론학 원론을 인용한 것에 불과했다.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 정부가 연주해야 한다"고 공언한 나치의 언론말살자 괴벨스 선전장관(1897~1945:히틀러 자결 다음 날 부부가 6자녀 독살하고 음독자살) 같았으면 솔직하게 '언론은 정부가 장악해야 하고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방송장악 기술자가 필요한 것 같고 한번 해본 경력이 있는 이동관이 적임자라고 보는 것 같다. 사실 이동관은 방송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당은 "편향·불공정 방송을 정상화할 인사"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언론과 방송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경험을 쌓아왔으며 선진방송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줄 것"(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 분야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대통령실 비서실장)라고 두둔한다.

그러나 '기자 80%가 임명을 반대'(기자협회보 6월20일자)한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협업단체들도 집단반발한다. 인사청문회도 중요하지 않다. 능력도 철학도 가치관도 부족한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직책이다. 기자들도 호응 않는 이동관은 사퇴하는 게 맞다.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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