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귀인편향에 빠진 정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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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7  |  수정 2023-08-17 06:10  |  발행일 2023-08-17 제23면

[영남타워] 귀인편향에 빠진 정치
임호 서울 정치부장

심리학에서 귀인편향(歸因偏向)이란 용어가 있다.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평가함에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가진다고 말한다.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결과를 유발한 상황에 따른 판단을 먼저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내재한 기질적 원인에 의한 판단을 먼저 한다. 마치 지난주 막을 내린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을 대하는 정치권 같다. 여당은 전 정부와 행사를 주관한 지자체 탓을 하고, 야당은 현 정부와 여당을 탓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귀인편향적 사고를 갖게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성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쁜 결과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거나 성공에 대해 주변에 공(功)을 돌린다.

정치권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요즘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귀인편향에 빠져 악순환을 반복하는 듯하다. 문제는 어떤 사안이든 '네 탓'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은 없고, 여전히 '네 탓'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여전히 '네 탓'만 하다 1년이 다 되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도 완비하지 못했다. 국회에는 수많은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자당의 이익에 눈멀어 파행을 일삼고 있다. 국회 파행의 원인은 항상 동일하다. 상대 당이 양보하지 않거나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비판한다. 누구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 관점에서 협치를 해야 할 정치권이 더 편향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 보수에서 진보로 바뀔 때 더욱 강력해진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일어난 여러 부정적 사건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어떤 부정적 사안이 발생하면 박근혜·이명박 정부를 '적폐'라고 낙인찍으며 책임을 떠넘겼다.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정치권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탓을 한다. 전임 여당은 그 전 여당을 몰아세웠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 임하는 자세는 같다. 지난 4년 자당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상대 정당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강조하는 마이너스 전략인 셈이다. 정치권의 이런 전략에 유권자들도 빠져들고 있다. 나와 우리 동네, 지역 사회, 국가를 위해 일할최고의 인재를 뽑기보다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대로라면 사람이 아닌 정치 논리에 소중한 한 표를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이라고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국회가 정치의 기본에 충실하길 바라고 있다. 정치권은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과 정의사회'를 강조해 왔다. 이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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