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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과학기술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왼쪽)와 부위원장을 맡은 김영식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는 21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카르텔(브로커)을 혁파해야 한다는 촉구했다. 특위는 이를 위해 정부 R&D 예산을 감시할 통합 시스템 구축과 부처·연구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 중복투자를 최소화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위 위원장인 정우성 포항공과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와 부위원장인 김영식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정부 R&D 예산은 2배 정도 늘었는데 연구관리 전문기관은 같은 기간 11곳에서 49곳으로 4배 이상 늘었다"며 "국가 경쟁력 향상에 쓰라는 R&D 예산이 되레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구관리 전문기관 주변엔 컨설팅이라는 합법의 탈을 쓴 브로커가 난립한다"며 "2017~2022년 중소기업 R&D 브로커 신고가 40건 있었는데 처벌은 전혀 없었다. 이는 부처와 기관, 브로커가 공생하는 카르텔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위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이 2012년 16조→2023년 31조 원으로 2배 늘었지만 연구관리전문기관(위탁기관 포함)은 4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연구관리기관 인력 중 기획 분야 인력은 20%에 불과하다. R&D보다 관리 기능만 증가한 것이다. 또 과제 정보, 전문가 풀(pool) 등이 기관 간 공유되지 못하면서 R&D 예산이 중복되는 구조적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특위는 합법의 탈을 쓴 카르텔 문제점도 강조했다. 정부 기관 주변에는 컨설팅이라는 합법의 탈을 쓴 브로커(등록된 업체 647여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10인 이하가 77%에 이르는 등 전문성도 떨어진다. 관리되지 않는 미등록을 포함하면 1만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중소기업연구원 조사를 보면 2015~2019년 R&D 정책자금을 15번 이상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은 106곳으로 전체 0.4%를 기록했다. 10번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은 186곳, 11~14번 중복 지원 받은 기업도 335곳 등에 이르렀다. 반도체인력양성 R&D 예산의경우 교육부 540억 원, 과기부 164억 원, 산업부 150억 원 등 중복 지원되면서 정착 전략기술·산업 R&D가 필요한 곳에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국정감사 등에서도 꾸준하게 중복 지원 받고 브로커가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수년 동안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영식 의원도 "기관·부처 간 칸막이에 숨어있는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는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 내에도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고 분야별 전문기관이나 역량 있는 민간단체에 위탁 운영하는 사례를 고려할 만하다"며 "기존에 익숙한 것을 탈피해야만 새로운 혁신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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