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하루살이가 어디로 갔나...경산 하양읍서 '실종 사태'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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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2 09:43  |  수정 2023-08-23 08:55  |  발행일 2023-08-23 제1면
매년 여름철이면 극성 부렸지만 올해는 개체수 거의 없어
경산시 올 봄 대량 방류한 미꾸라지가 방제 일등공신 추정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하천에 있던 유충 떠내려 갔을 수도
폭염 이어지면서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 개체수도 급감
편의점
21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한 편의점 입구는 매년 극성을 부리던 동양하루살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그놈들이 사라졌다.


21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한 편의점. 여름철이면 밤마다 불빛을 보고 날아들어 유리로 된 편의점 출입문과 창을 뒤덮던 동양하루살이가 올해는 깜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밖에선 편의점 내부를 보기 힘들정도로 몰려들었던 하루살이의 공습이 멈춘 것이다.

편의점 입구 바닥까지 점령하던 지난해의 여름밤과는 정반대다. 하루살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편의점 출입문은 청소를 해놓은 듯 깨끗했다.


인근 가로등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살이뿐만 아니라 다른 날벌레도 가로등 불빛으로 몰려들지 않았다. 죽은 채 가로등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도 안보여 올 여름에는 하루살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편의점 인근의 한 가게 주인은 "지난해에만 해도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죽은 하루살이를 치우기 바빴다. 해가 지면 하루살이들이 날아와서 영업에도 지장을 줬는데, 올해는 하루살이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2급수 이상의 수질에서 서식하는 동양하루살이는 3~4일 정도 살면서 교미후 한 마리당 2천개 가량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주후 태어나는 유충은 유속이 느린 강에서 1~2년간 지내다가 성충이 된다. 여름이면 짝짓기를 위해 밝은 불빛으로 모여든다.

 

가로등
21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가로등에는 몰려드는 날벌레가 거의 없었다.

금호강과 조산천이 흐르는 하양읍은 가게들이 많아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하루살이들에게는 서식과 번식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하양읍 지역에는 매년 빠르면 5월부터 금호강변과 조산천 등에 동양하루살이가 집중 발생해 주민들과 상가들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금락리에 거주하는 허모씨는 "퇴근 후 조산천변에서 걷기를 자주 하는데 작년 여름만 해도 날벌레들이 많이 날아들어 성가셨다. 그런데 올해는 벌레들이 엄청 줄어들어 쾌적하게 걷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하루살이 실종현상은 미꾸라지가 일등공신으로 손꼽힌다.

경산시는 지난 4월 금호강과 조산천 일대에 미꾸라지 300㎏을 방류했다. 미꾸라지는 한마리가 하루살이 유충 1천마리 이상을 먹어치워 친환경 방제 방법으로 효과가 크다.


경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꾸라지를 소량으로 방류한 적 있다. 대량 방류는 올해가 처음이다"며 "여름철이면 하양읍지역에서 벌레 때문에 민원전화가 많이 왔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산시 보건소는 미꾸라지 방류뿐만 아니라 고압수 분사·해충유인퇴치기 가동·친환경 약제 연무소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와 이달 태풍 카눈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도 하루살이 퇴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물이 불어나면서 물살이 세져 하천에 있던 하루살이 유충이 떠내려 갔다는 것이다.

여름철의 또다른 불청객인 모기의 개체수도 급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는 전국 도심지 모기 트랩지수는 68.2개체로 작년보다 98% 급증했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폭염으로 인해 폭염에 약한 모기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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