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500개씩 사라지는 문구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급

  • 논설실
  • |
  • 입력 2023-08-23  |  수정 2023-08-23 06:58  |  발행일 2023-08-23 제27면

초등학교 시절 추억의 공간인 동네 문구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문구점은 2014년 1만496개에 달했지만 6년 새 4천여 개 이상 줄었다. 매년 500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더구나 2019년 이후부터는 통계청 항목에서도 제외돼 정확한 실태조차 알 수 없다. 동네 상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남아 있는 전국 문구점은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가입된 8천곳가량으로 추산된다. 대구에는 250여 개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네 문구점이 자취를 감추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교육정책 변화로 학습준비물이 크게 필요 없어진 탓도 크다. 또 골목마다 들어서는 편의점·무인가게 공세에다 코로나19 이후 소비행태가 온라인으로 바뀐 것도 문구점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형 유통기업 다이소가 동네 문구점에 가장 위협적이다. 1천~2천원 정도의 싼 가격에 문구·과자 등 다양한 상품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아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초등생의 방과 후 놀이터가 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다이소 매장 1곳이 개업하면 문구소매점 6~8곳이 폐업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구점 몰락을 저출산 시대의 씁쓸한 한 단면으로만 볼 게 아니다. 동네상권 붕괴로 인한 현실적 부작용이 적지 않다. 문구 도·소매업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문구점을 대체한 기업형 점포의 가격 횡포에 학생들도 피해를 입는다. 지금이라도 문구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검토 중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부터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