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대전환…'2대 민생과제' 근본 틀을 바꿔 해법 찾았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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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0  |  수정 2023-08-30 07:50  |  발행일 2023-08-30 제12면
대구시, 프레임을 깬 혁신
마인드 대전환…2대 민생과제 근본 틀을 바꿔 해법 찾았다
대구시와 8개 구·군, 지역 대·중소 유통업계는 지난해 12월 대구시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제공>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갖지 못하면 프레임에 갇히고 만다.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채 편견을 조장하고 진실을 왜곡하게 된다.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을 보다 살뜰히 챙기려면 재창조를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효율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민생현장의 숙원사업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인드 대전환…2대 민생과제 근본 틀을 바꿔 해법 찾았다
마인드 대전환…2대 민생과제 근본 틀을 바꿔 해법 찾았다
◆대형마트·전통시장, 경쟁관계 아니었다

대형마트는 오랫동안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거악(巨惡)으로 인식돼 왔다. 1993년 11월12일 국내 첫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다. 1996년에는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이듬해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됐다. 대규모 소매점 개설이 허가제→등록제로 전환된 게 핵심골자였다. 2007년 무렵엔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급증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급증해 2013년쯤에는 백화점을 넘어섰다. 널찍한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장을 보는 일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국내 유통시장이 대형마트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쇠퇴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형마트와 SSM은 '사회의 적'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생존권 보장 요구는 곧 '사회적 의제'가 됐다.

결국 국회가 움직였다. 2010년 11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이 차례로 통과됐다. 유통법 개정안은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보존구역으로 설정, 자치단체 조례로 SSM 입점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생법은 대기업 지분이 51% 이상 출자된 위탁형 SSM을 규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월 2회 대형마트 의무 휴업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
전통시장 경쟁관계 통념 깨
소상공인 매출 증대 이어져
청주 이어 전국으로 확산 중



2012년에는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유통법과 상생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취지를 담고 있는 법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골목상권 간 갈등이 커지는 사이, 당초 목적인 전통시장 활성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2019년 전체 유통업 매출이 43.3%나 증가했지만 전통시장·골목상권 등 전문소매점의 매출 증가 폭은 28%에 그쳤다. 편의점(135.7%)보다 한참 낮고, 슈퍼마켓(29.9%)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 증가 폭은 14%에 그쳤다.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크게 상승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9년 PC와 모바일상의 국내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3조5천342억원으로, 2014년(1조1천700억원)에 비해 202%나 급증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경쟁 관계'라는 통념은 대구에서 처음 허물어졌다. 지난 2월부터 대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기존 둘째·넷째 주 일요일→월요일로 변경됐다. 전국 특·광역시 중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2012년 주말 휴무가 시행된 후 11년 만이다.

의무휴업에 대한 효과는 소상공인 매출 변화로 나타났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팀이 지난 2~4월까지 3개월간 대구시내 소매업 및 음식점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5.9%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구의 소매업, 음식점 이용 비중은 73.5%로 전년 동기(71.8%) 대비 1.7%포인트 늘었다. 둘째, 넷째 주 일요일 비중은 68.8%→69.4%로, 월요일 비중은 71.3%→73.1%로 모두 상승됐다. 조 교수팀은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이 오프라인 상권 내 소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발(發)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은 이내 청주로 이어졌고 현재는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마인드 대전환…2대 민생과제 근본 틀을 바꿔 해법 찾았다
◆35년간 제자리였던 농수축산물 유통산업의 전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연간 1조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진다. 전국에서 3번째로 큰 전통시장이다. 지난 35년간 지역 농수산물 유통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건물 배치, 건물 안전성, 물류 및 주차 공간 부족, 교통 혼잡, 악취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졌다. 2013년과 지난해엔 화재까지 발생했다. 대구시는 용역을 통해 이전 후보지를 정하고,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사실 2007년~2015년 사이 총 3차례나 진행된 시설현대화 관련 연구용역에서 모두 이전 신축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이해 당사자 간 대립으로 물거품이 됐다. 결국 2015년 재건축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18년 시설현대화사업을 확정했다.

하지만 민선8기 들어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외곽 이전으로 시정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화재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나오면서 시설안전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
달성군 대평리 이전 결정
부지 80·건축연면적 23%↑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적용
선진 유통시스템 도입 가능



이전 신축과 확장 재건축안을 놓고 비교분석하던 대구경북연구원도 확장 재건축은 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적용한 선진 유통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전이 꼭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절치부심 끝에 대구시는 지난 3월 기존 터에서 직선거리로 7.8㎞ 떨어진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를 이전지로 최종 선정했다. 사업비 4천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대평리 일대(27만8천26㎡·8만4천평)에 '21세기형 첨단 도매시장'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이전 발표 직후 일부 상인과 주민, 정치권에서 반발했지만 이전 사업에 도매시장 내 유통종사자 18개 단체(13개 법인, 5개 중도매인 연합회)가 전격 합의하면서 이전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이전 터의 부지면적은 이전보다 80% 넓어지고 건축 연면적은 23% 늘어난다. 주차 가능 대수는 1천440대→2천900대 이상으로 확장된다. 도매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해 경매장·점포 면적을 확장하고 충분한 주차시설도 확충된다. 저온저장·포장이 가능한 소분·소포장실, 가공시설과 공동배송장도 마련한다. 거래·물류·정보·위생·안전 등 선진 유통시스템도 설치하고 농수축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해 도매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키로 했다.

대구시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발표에 달성군은 변방이었던 하빈이 전국적 농수축산물 유통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게 됐다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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