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7]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비능이버섯축제…울창한 숲·시원한 계곡…별천지를 거닐다

  • 류혜숙 작가,박관영
  • |
  • 입력 2023-09-21 08:03  |  수정 2023-09-21 08:04  |  발행일 2023-09-21 제13면
7866만㎡ 휴양림 1일 최대 1천명 수용
야영데크·산책로·산림휴양관 등 갖춰
반려견 동반 가능…전용놀이터도 마련
내달 '수비능이버섯축제' 볼거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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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위치한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뤄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지나는 버스정류장마다 반딧불이가 올라앉았다. 첩첩산중의 공기와 바람으로 아침마다 세수를 하는 듯 그 얼굴들 모두 환히 깨끗하다. 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들어서는 길이다. 면 소재지에서 동쪽 구주령으로 향하는 88번 국도에 오른다. 곁은 밭이고 사위는 산인 10리길. 촌락은 대개 멀리서 포복한 듯한데,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딴집들이 박자를 서두르면 어느덧 신원2리가 길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집들을 관통해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초저녁부터 어둠에 싸이고 밤이면 별 비에 젖는 길이니 부디 이 산에 들 적에는 환한 대낮에 오시는 것이 좋겠다. 끝 모르는 길에 심장 소리 쿵쿵 울리다 저 앞에 강돌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 걸쳐놓은 입구를 보고서야 큰 숨을 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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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데크를 비롯한 캠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검마산자연휴양림

우선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 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그 북서쪽 계곡에 펼쳐져 있다. 골짜기에는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고 물길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바비큐장,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야외교실과 종합운동장, 등산로와 산책로, 삼림욕장,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체험 교실 등도 조성되어 있다.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오직 숲뿐이다. 구역면적은 7천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천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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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크기의 4인실 객실 16개를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로 19㎡ 크기의 4인실 객실이 16개 있다. 은하수, 오로라, 쥬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객실 이름이 영양답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신선놀음하기 좋은 장기와 바둑판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야영장은 두 곳으로 최대인원 6인인 13㎡의 데크가 24면 마련되어 있다. 전기사용이 가능(600W 제한)하고 온수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휴양관 7개 객실과 야영장 9면이 반려견 동반시설이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야영장 옆에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고 산림욕장 내에는 반려견 숲 놀이터와 전용 그네, 해먹, 자작나무 가마 등이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속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숲속도서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재배, 목공예와 야생화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숲 해설을 요청하면 하늘말나리, 나비나물, 며느리밥풀꽃, 도둑놈의갈고리, 수까치깨, 산여뀌, 주름조개풀, 옥잠난초 등의 야생화와 귀한 상황버섯, 광대버섯, 가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테두리 방귀버섯 등 작고 이름도 재미난 숲의 생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도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3.56㎞의 등산로도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들로 수다한 산. 검마산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산림욕장 위쪽에 도성사 절터가 있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성사가 창건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옛날에는 절골 또는 사동리(寺洞里)라 했다 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골짜기의 주민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거닐면,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비 능이버섯축제

수비면은 해발 600m가 넘는 산들이 대다수인 산간벽지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천문대가 있는 지역이 바로 수비면이다. 이 청정 오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준다. 쉽게 툭 내주지는 않지만 성심을 들이면 귀한 것들을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능이버섯이다. 능이버섯은 야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토양은 물론 기후, 습도, 온도가 맞아야 자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순수 자연산 야생버섯인 만큼 생장 환경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비지역의 능이는 식감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도 최고상품으로 쳐준다.

지난해 10월 수비면 발리리 체육공원 일원에서 제1회 '수비능이버섯축제'가 열렸다. 단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능이버섯을 중심으로 송이버섯과 묵나물, 영양 특산물인 영양고추, 수비면의 토종 고추인 수비초 등 각종 지역 농산물의 구매가 이어져 2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능이백숙, 능이무침, 수비두루치기, 수비약식 등 능이버섯으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높았다. 축제에는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수비면의 가을 제천행사인 '수비무천제'와 주민 한마당이 펼쳐졌고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진 '사랑줄다리기', 대박을 기원하며 박을 터트리는 '수비대박마당' 등 각종 볼거리 놀 거리도 풍성하게 진행됐다.

올해 제2회인 '수비능이버섯축제'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수비면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귀한 수비능이를 한 곳에서 잔뜩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 축하 공연과 풍물난장이 흥을 돋우고 다양한 이벤트 게임과 농산물 대박 경매도 열린다. 맥주 빨리 마시기, 농부들의 패션쇼, 능이 요리대회, 수비면민 노래자랑 등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넉넉하고, 능이버섯의 맛을 알리는 능이 막걸리 페스티벌과 능이라면 나눔 시식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능이버섯은 갈참나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갈참나무는 단풍잎을 가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단다. 능이버섯은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된 능이버섯은 제한된 동안 그것도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이다. 능이버섯은 가을의 맛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한국지명유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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