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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명승 제16호로 지정된 회룡포의 탐방로. 주변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오주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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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탐방로에 대형 굴착기가 투입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오주석 기자 |
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에 위치한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 지난 5일 회룡포 전망대에서 오솔길로 내려와 도착한 탐방로 주변은 굴착기와 같은 중장비의 바퀴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탐방로 좌우로는 높이 2m가 족히 넘는 나무들이 뽑히거나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이곳은 국가 명승 제16호로 지정된 회룡포의 보존지역 '제 1구역'이다.
앞서 예천군은 지난 2017년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이곳에 폭 1.5m 크기의 탐방로를 조성했다. 하지만 올해 역대급 장마로 인해 탐방로 중 일부가 침식됨에 따라 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탐방로의 폭이 기존보다 2배 이상 확장됐다는 것이다. 회룡포와 같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기존 현상을 변경할 시 문화재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예천군은 별다른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예천군 관계자는 "중장비를 투입해 훼손된 탐방로와 수목들을 응급 복구하는 과정에 탐방로가 확장된 것"이라며 "이미 설치된 탐방로를 정비하는 것은 경미한 현상 변경이고 이는 지자체 허가사항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탐방로를 재정비한 이후 현상 복구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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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전경. 오주석 기자 |
하지만 일부에선 예천군이 수해 복구를 핑계 삼아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훼손한 사례가 이것만이 아니라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예천군은 내성천 미호교와 오신교 사이 왕버들 군락지에 수백 그루의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는 명목으로 벌목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번엔 수해 복구 정비를 명목으로 예천군이 회룡포 탐방로 훼손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명승지 회룡포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회룡포 탐방로 확장을 경미한 변경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라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 나아가 후손을 위해 지금이라도 충분히 소통하고 자문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