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젓가락질 이슈…예절이냐 간섭이냐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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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8 09:00  |  수정 2023-10-08 11:09  |  발행일 2023-10-08
유명인들 잘못된 젓가락질 하는 모습 공개될 때마다 갑론을박

"올바른 젓가락질은 한국의 기본적인 식사 예절" vs "지나친 간섭"

관련 학계 "젓가락질 얼마나 잘하는지 따지는 건 日에서 들어온 풍속"
끊이지 않는 젓가락질 이슈…예절이냐 간섭이냐
올바른 젓가락질을 두고 기본적인 식사 예절이라는 의견과 동시에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중략) 옆집 아저씨와 밥을 먹었지 그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DJ DOC의 'DOC와 춤을' 中)

젓가락질에 대한 논쟁이 꾸준하다. 유명인들이 잘못된 젓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올바른 젓가락질은 한국의 기본적인 식사 예절이라는 의견이 주로 제기되면서도 일각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만의 식(食)문화가 있듯이, 젓가락질도 한국의 식문화 중 하나다"면서 "프랑스에서 식사 중 양손을 식탁에 올리고 식사를 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젓가락질을 '11자'로 하는 게 예절이기에 이를 되도록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에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모(여·24)씨는 "음식을 소리 내서 먹거나 뒤적거리는 건 식사 중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지만, 젓가락질은 잘 모르겠다"면서 "어릴 적 지적을 받아 젓가락질을 고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오지랖이라 생각해 남에게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젓가락질을 바꾼 이도 있다. 취업준비생 A씨는 젓가락질을 주먹을 쥔 모양으로 했다. 그러다 일반적인 '11자 젓가락질'로 바꿨다. A씨는 "고등학교 때까진 대부분 동성 친구였기 때문에 신경 쓰이지 않았다. 편한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A씨가 젓가락질 방법을 바꾼 이유는 사회의 시선이었다. "대학교에 가니 선배도 많고 어른이나 이성을 만나 식사를 할 일이 많아졌다. 젓가락질을 다르게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했지만 점점 부끄러웠다. 그래서 보통의 젓가락질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바른 젓가락질이 한국의 식사 예절이란 주장은 지나친 억측일 수 있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젓가락이 상용화된 건 일제강점기부터다. 1910년대 조선총독부의 '일회용 젓가락 쓰기 운동'으로 젓가락 사용이 활성화된 것. 조선시대까지는 식단이 밥과 국 위주였기에 숟가락이 주된 식사 도구였다. 18세기 문인 이덕무가 쓴 '사소절'에는 식사예법을 다룬 부분이 있으나 젓가락질에 대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음식인류학자 주영하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구한말을 겪었던 할머니와 인터뷰를 했는데 '젓가락 없이 숟가락만으로 식사했으며 김치나 깍두기는 숟가락 손잡이로 찍어 먹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1960~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젓가락 담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올바른 젓가락질=11자'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본다. 당시 일본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젓가락 교정기, 심지어 '젓가락 박물관'까지 등장했다. 일본은 젓가락질 예절을 특히 중시하는데, '11자'로 쥐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끝을 상대방을 향해 두는 것도 안 된다. 주영하 교수는 "젓가락질을 얼마나 잘하는지 따지는 건 일본에서 들어온 풍속"이라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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