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보면 알 수 없는 경계선지능…조기진단·맞춤 치료로 좋아질 수 있어"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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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3 07:59  |  수정 2023-10-23 07:59  |  발행일 2023-10-23 제12면
대구시교육청 '느린 학습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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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경계선 지능인, 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엔 대구시교육청 경계선지능 학생 지원 조례가 통과돼 이들에 대한 진단과 지원을 더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경계선지능 학생은 누구이고, 이들에 대한 지원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경계선지능 학생은 누구인가

경계선지능 학생이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가 71~84 범주에 속하는 학생들을 말한다. 지능지수 85 이상인 평균지능인과 지능지수 70 이하의 특수교육대상자 사이에 존재하는 이들은 또래보다 정신연령이 낮은 편이고 학습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이해력,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소소한 일들은 무리 없이 잘해 내기 때문에 처음 만났을 때는 평범해 보인다. 겉모습만으로 이들을 구별해 내기는 어렵다.

경계선지능 학생은 한 번에 배울 수 있는 양이 적고 배우는 속도도 느린 학생이다. 그래서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과 기준 속에서 생활하게 되고, 다양한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낮은 문제 학생으로, 친구들에게는 함께 어울리기 싫은 친구로, 가정에서는 노력이 부족하고 게으른 아이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학생은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그 고통은 오롯이 학생의 몫이 된다.

공영순 초등교육과 장학관은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동반되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방치될 경우 사회 부적응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들에 대한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학습능력·대인관계 등 또래보다 느려
낮은 자존감·열등감의 원인이 되기도
대구시교육청서 지원하는 학습클리닉
전문기관 상담부터 학습코칭까지 다양



◆대구시교육청의 체계적 지원

대구시교육청은 경계선지능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먼저, 경계선지능 학생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에 대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맞춤형 교육 등 공교육 차원의 안전망을 형성함으로써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경계선지능 학생 선별을 위한 진단 검사도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1학년~고3학년까지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경계선지능 학생 선별검사를 실시했다. 1차로 교사가 교육부에서 제공한 경계선지능 학생 선별 체크리스트 검사를 통해 경계선지능 의심 학생 100여 명을 선별해 교육청에 보고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전문 진단검사 기관에 이들에 대한 심층진단 검사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 총 76명이 경계선지능 학생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경계선지능 학생으로 선정된 학생들은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학습클리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습클리닉에는 학습코칭, 학습바우처가 있다. 학습코칭은 학습코칭단이 학교로 직접 방문해 인지·정서·동기 영역 등 학생 개인 특성에 적합한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코칭을 지원한다. 학습바우처는 학생이 전문기관을 직접 방문해 교육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교육청은 이들 학생을 위한 학습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먼저, 초기 문해력·수리력 진단 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학습 부진을 수시로 진단해 학습 결손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등 싹(SSac) 시리즈(어휘싹, 개념싹, 영어싹)를 개발·보급하여 체계적으로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했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선정된 학습도구어 등을 익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했다. 또 초등 1수업 2교사제 등을 통해 경계선지능 학생의 학습과 생활에 대한 밀착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초·중학교 교사 1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경계선지능 학생 이해를 위한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했다. 현장에서 직접 경계선지능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참여 비율이 높았다. 앞서 지난 8월 말에는 학부모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느린 학습자 자녀 이해 학부모 연수'를 실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으며, 연수를 마련해줘 고맙다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학습코칭 후 변화하는 모습에 희망 생겨"

초등 2학년 김모군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됐지만 실수하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 몰라도 가만히 있었다"면서 "학습코칭 시간에 선생님께서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칭찬도 자주 해주셔서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글자를 잘 못 읽었는데, 이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늘었다. 친구와 사이도 좋아졌다"고 만족해했다.

김군의 어머니도 "코칭을 받기 전, 아이의 무기력한 모습에 화가 나고 많이 혼도 냈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를 본 선생님의 권유로 경계선지능 검사를 하게 됐고, 우리 아이가 경계선지능이란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학습코칭을 진행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법에 대한 책을 스스로 빌려오고, 학습코칭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작지만 긍정적 변화를 느낀다. 보통의 아이들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쉽게 흥미를 잃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는데, 학습코칭 선생님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또래와 함께 글자 맞추기, 같은 글자 찾기와 같은 게임을 통해 낱말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도 하며 아이의 읽기 능력이 조금씩 개선됐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에 희망이 생긴다"고 감사해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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