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세계 요리 순위와 인도 요리

  •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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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1 08:16  |  수정 2023-12-11 15:51  |  발행일 2023-12-01 제13면
80억 지구촌 인구 중 20억이 먹는 인도요리
프랑스 요리보다 맛·종류·역사적 문화 깊어
향신료 발달은 인도 요리의 특징이자 자랑
지구촌 3대 요리에 인도 요리 들어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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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지구촌 3대 요리로 불리는 프랑스 요리, 중국 요리, 튀르키예(터키) 요리가 있다. 나는 인도 요리가 프랑스 요리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는 워낙 큰 나라이다. 풍부한 식재료 덕분에 고급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3대 진미라는 푸아그라(오리 간 요리)는 명성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맛이 별로였다. 프랑스 요리의 경우 레스토랑이 중국 요리나 튀르키예 요리보다 드물다. 서울의 강남 서래마을에 가면 가장 익숙하다. 빵 문화권인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기업이 한국에 있다. 바로 파리바게뜨를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인들은 밥보다 빵을 더 선호한다.

중국 요리는 광대한 대륙에다 다양한 기후대에서 나오는 식재료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기본 음식 재료가 3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을 다 먹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보면 맞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지구촌에 없는 나라가 없다. 어딜 가도 중국인은 숫자로 압도한다.

여러 식재료 중 거머리 요리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어느 소수 민족은 자신의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살아있는 거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는다. 피를 빨아서 거머리가 통통해지면 만두를 찌듯이 쪄낸다. 일종의 거머리찜으로 순대의 맛이 나지 않을까? 피는 모든 문화권에서 생명을 의미한다. 자기 피를 나눔으로써 '당신은 나의 목숨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세계 3대 요리에 드는 식당 중 단연 1위는 중국집이다. 대부분 대만계 후손들이 운영한다. 중국집은 지방의 면 단위에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든 남태평양이든 어디서나 중국인들 특유의 장사 비법이 있다. 협업으로 거대 소비 시장을 잡는다. 지구촌에 흩어져 사는 중국계 후손들, 대를 이어 음식 사업을 한다.

특히 그들은 안 먹는 게 없다. 심지어 뱀고기도 즐긴다. 뱀을 튀겨 양념장을 부어서 먹기도 한다. 찜을 해서 먹고 뱀술을담그는 경우도 있다. 중국계는 한국인이 있는 경우 조용히 음식 사업을 보고 있다가 자신들의 사업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날 김치 사업도 그들이 무섭게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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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커리와 난. <게티이미지뱅크>

튀르키예(터키) 요리는 가장 인기가 있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위치로 요리가 섬세하게 발달했다. 식재료가 다양하고 각종 후식도 고급스러우며 다채롭다. 향신료 문화가 골고루 발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600년 이상 광대한 영토, 오늘날의 40개 넘는 나라의 땅을 다스렸으니 이해가 된다. 케밥이나 돌마, 바클라바 등 모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튀르키예(터키) 요리는 할랄이기도 해서 인기가 높다. 8평 정도로 시작해 여러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들도 있다. 대기업도 할랄 시장을 파악하기 시작, 이제 새로운 소식도 들려온다. 유럽 중 독일에만 해도 700만명 이상의 튀르키예 후손들이 산다. 그들의 고유 음식 문화는 지키되 중동 음식 문화가 깊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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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를 비롯한 여러 향신료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황제도 터키의 술탄도 과거에 그들의 권력은 신과 동격이었다. 말 한마디가 곧 법이었다. 요리사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저승사자이기도 했다. 중국의 황제도 터키의 술탄도 같은 음식이 두 번 식탁에 올라오면 목을 벤다고 엄명을 내렸다. 한꺼번에 150가지씩 상을 차려내야 했다. 그러니 모든 요리사들은 무엇이 달라도 다른 요리를 만들어 바쳐야만 했다. 오늘날에도 그 음식의 종류와 가짓수를 다 모른다. 그 정도로 여러 가지 음식이 있다.

중국의 만두나 튀르키예(터키)의 케밥 등 한 가지 분야만 해도 수백 종류이므로 현지인들조차 그 가짓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한국인이 프랑스 요리나 튀르키예(터키) 요리를 쉽게 접한 시기는 채 30년도 안 된다. 중국 요리로 흔하게 먹는 탕수육도 대중적으로 즐긴 시기는 50년도 못 된다. 1970년대만 해도 짜장면조차 별식인 시대였다. 지인 중 한 명은 중학교 때 고전 읽기 대회에 나갔다가 선생님이 사 준 짜장면을 처음 먹고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있구나" 했다고 해서 한참 웃은 적 있다.

인도 요리가 프랑스 요리 자리에 대신 들어가야 맞다. 모든 문화권의 요리가 수천 년에 걸쳐서 발달해 왔다. 그리고 인류는 역사와 문화를 식문화와 함께해 왔다. 인도 요리는 오늘날 과거 한 나라였던 세 나라, 즉 인도 인구 15억명, 파키스탄 3억명, 방글라데시 2억명, 네팔 3천만명 이상 매일 먹는 음식이다. 실제 인구는 네이버 정보보다 더 많다.

지구촌 80억명 넘는 사람들 중에서 4분의 1이 매일 먹는 게 인더스 문명권 요리이다. 위 네 개 나라 중 네팔을 제외하고 과거 대영 제국의 식민지였다. 그래서 인도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들이 영국이나 미국 등 전 세계에 퍼져 살며 인더스 문명권 요리를 전파하고 있다. 유럽, 북미, 중동, 아프리카 어디에서든 인도 요리가 인기이다.

인도 요리의 경우 가장 빠르게 지구촌을 사로잡는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사람이 직접 운영하기도 하지만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또는 네팔 사람들이 요리를 많이 한다. 네 나라는 음식에 있어서 뿌리가 거의 같다. 난(빵)을 화덕에 굽는 방식이 비슷하다. 홍차를 마시는 것도 유사한 문화이다. 인도인들은 짜이, 네팔인들은 찌아라고 부른다.

향신료의 발달은 인도 요리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그들은 비옥한 토양에서 생산되는 온갖 진귀한 식재료를 다 사용한다. 강황을 활용한 음식도 많고 유명하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카레의 경우 일본인들 카레 문화에서 전수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라면도 일본이 기술을 가르쳐 준 것이다. 돈가스도 일본에서 들어온 식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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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한국 요리를 상징하는 김치, 불고기는 세계 요리 순위 50위권에 들지 못한다. 한류 열풍으로 한식 바람이 불고 있지만 지구촌 요리 순위에 아직 오르지 못한다. 50위 안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단지 한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뿐이지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말만 요란한 한식 세계화는 그래서 멀고도 험난한 일이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습관처럼 먹는다. 한국인은 김치가 있어야 하듯이 프랑스 요리에는 치즈가 중요하다. 튀르키예 음식은 피클도 필수이다. 아랍어로는 '또르시'라고 한다. 오이나 채소의 피클이 발달해 있다. 중국인들은 대부분의 요리를 기름에 볶거나 튀긴다. 대체로 생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이다. 회를 즐기는 일본이나 한국의 횟집 또는 육회 등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엄청 놀란다. 생선을 날것으로도 먹는 문화, 게다가 바다 생선이 많아서 무척 신기해한다. 지구상에는 바다가 없는 나라가 많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 동안 바다를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얻는 이들은 5%도 되지 못한다. 음식은 문화이고 역사이자 습관이다. 그 습관을 깨려면 강력한 문화 파워가 있어야만 된다. 한식 세계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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