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창] 인도 의료보건 산업의 모든 것

  • 맹현철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
  • 입력 2023-12-08  |  수정 2023-12-11 15:57  |  발행일 2023-12-08 제13면
세계 최대 '복제약 생산국'의 민낯…공공의료·시골일수록 의료서비스 열악

2023120401000122100004491
2020년 인도 시골 지역 병원의 모습. / 〈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장수현기자

지난 10월 초, 인도를 뜨겁게 달군 가슴 아픈 뉴스가 있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난데드(Nanded)의 공립병원에서 9월 말부터 8일 동안 무려 108명의 환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중 주말인 9월30일부터 24시간 동안 영아 11명을 포함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언론은 의료 인력과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사망자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두고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격 수위가 매우 매섭다. 반면 난데드 병원의 경영진은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이 의약품 부족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언론이 지적했던 의료 인력 및 의약품 부족 중 의약품 부족은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 인력 부족이 참사의 주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취약한 인도 공공의료 서비스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3
포티스 병원의 최고급 병실. <출처:포브스 인디아>
1
난데드 병원 의료사고를 다룬 뉴스. <인도 뉴스 Mirror Now 제공>

◆인도 공공의료 서비스의 현실

인도 시골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기로 악명 높다. 인도 의료보건 시스템의 큰 단점 중 하나가 공공의료 서비스의 후진성이다. 도시와 달리 인도 시골 지역의 의료는 공공병원이 3분의 2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도시보다 의료 서비스 자체가 취약한 상황에서 낮은 인구 밀도와 부족한 도로 교통 인프라로 인해 시골 지역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오랜 기간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이번 참사가 벌어진 도시 난데드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마하라슈트라주(州)에 속해 있지만 난데드의 경제 사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인도의 중요 특징은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다양성이다. 빈부격차가 큰 것으로 유명한 인도는 지역의 경제 수준에 따라 병원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시골 지역으로 가면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 때문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인도 주요 대도시의 유명 병원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남아시아 주변국인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뿐 아니라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도 인도에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다.

인도 상업산업회의소 연맹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인도 의료관광객 숫자는 65만 명이다. 비록 시골 지역의 의료 서비스 수준은 취약하고, 인도 전체를 평균적으로 들여다본다 해도 개발도상국 평균 의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지만, '비교적' 양질에 가성비가 좋은 의료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는 의료관광의 주요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 이런 큰 불균형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인도 의료보건 서비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주 정부의 역할이 중앙정부의 역할보다 크다는 점이다. 연방제 국가인 인도 헌법에는 중앙정부와 주 정부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 사회 서비스·토지 정책·전기공급 등이 대표적인 주 정부의 역할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이 세 영역 모두에 걸쳐 있는데, 이 중에서도 사회 서비스와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

보건의료 예산에 주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초래하게 됐다. 인도는 주에 따라서 소득의 격차가 크고, 인구당 예산의 차이도 크다. 그 결과 인구당 보건비 지출 역시 편차가 크다. 이에 따라 영아사망률·기대수명 등 기본 보건 지표 역시 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타밀나두, 카르나타카,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 케랄라 등 남부 다섯 개 주가 북부보다 건강 상태가 더 좋다. 그리고 공공 보건 역시 뛰어나다.

경제 자유화 이후 공공 분야의 보건 지출 감소와 이에 따른 민간 분야 참여 증가로 인해 인도 보건의료 산업은 이원화됐다. 공공의료 기관은 무상에 가깝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은 반면 민간 의료 기관은 가격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민간 의료 서비스가 공공 의료 서비스보다 더 나으며, 인도인들 역시 민간 의료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빈부격차 따라 의료의 질 큰 차이
대도시엔 해외 의료관광객 넘치고
시골엔 의료인력 부족 심각한 문제

난데드 공립병원 108명 환자 사망
인도의 의료 불균형 보여주는 사례
성장 가능성 높은 인도 의료시장
공공 의료서비스가 발목 잡을 수도



5
인도의 다양한 실데나필 약품. <출처:각사 온라인 약국 홈페이지>

◆'꿩 대신 닭' 보건 의료 대신 제약산업

인도에서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통의학과 대체의학, 그리고 제약산업이 발달했다. 인도 중앙정부 조직을 보면 재미있는 기관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아유쉬부(Ministry of AYUSH)이다. 이는 아유르베다(Ayurveda)와 요가와 자연요법(Yoga & naturopathy), 우나니(Unani), 시다(Siddha) 그리고 동종요법(Homeopathy)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유르베다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의학이다. 전통 의학 및 대체의학의 인기는 인도인의 전통에 대한 사랑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구화된 대증요법 의학 공급이 부족하고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인도에서 대증요법은 병원이 아닌 약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약의 공급을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던 인도는 1954년 힌두스탄 안티바이오틱스사, 1961년 인도 제약회사(India Drugs & Pharmaceuticals limited) 등 제약 공기업을 설립했다. 1970년에 특허법을 개정해서 제품 특허가 아닌 공정 특허를 인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실데나필을 개발해 비아그라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특허를 인정받았다. 공정 특허를 인정하는 인도에서 화이자와 다른 방법으로 실데나필을 만들게 되면 인도 안에서 또 다른 특허를 인정받게 된다. 이런 공정 특허로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법을 열었다. 2005년까지 이어진 공정 특허로 인해 인도의 제약회사는 손쉽게 외국 약을 만들게 되었고, 인도 제약 산업은 공정 기술과 가격 경쟁력 위주로 빠르게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복제 약 생산국이 되었다.

인도 정부가 제품 특허가 아니라 공정 특허를 인정하면서 복제 약 산업의 길을 터준 배경에는 부족한 의료보건 인프라가 있다.

◆규제 완화로 시작되는 인도 민간 의료분야의 발달

한국과 다른 인도 민간 의료 서비스의 특징으로 온라인 서비스·방문 의료·원격의료를 들 수 있다. 유명 민간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마니팔 병원의 자회사 라이프 온의 건강검진 예약 사이트에선 건강검진 상품을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최고급 상품의 경우 40세 이상 상품과 40세 이하 상품 모두 2만4천루피이며, 이는 한화로 약 39만 원이다.

포브스 인디아에 따르면 35세에서 44세의 평균 월급은 1만3천777루피(약 22만 원)이다.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연령대의 평균 월급보다 74%가 더 높은 금액이다. 간단한 건강검진은 의료 인력이 가정에 방문해 샘플을 병원에 가지고 간다. 종합검진의 경우에도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민간 의료 규제 완화와 영리화로 인해 편리한 세상이 열렸으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만 열린 것이다.

이렇듯 인도의 민간 보건의료 산업은 발전하고 있고, 시장 규모 역시 성장하고 있다. 물론 평균적으로는 정체돼 있기도 하고, 보건의료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인구가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과 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의료 기관은 발전하고 있으며, 발전 속도는 한동안 느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의료 산업에 해외 투자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공공 예산을 적게 투입하면서 의료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를 비즈니스 기회로 보면 인도는 성장 가능성을 실현 중인 매력적인 시장이다. 보건의료를 인간이 누려야 하는 보편적 가치로 본다면 인도는 발전이 더디고 공공 분야의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곳이다. 또 취약한 공공 보건의료는 인도의 장기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맹현철<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