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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과 조산, 그리고 시술만 하다가 내년이면 마흔 살이 됩니다. (내)아이를 한 번만이라도 품에 안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북의 한 지역에서 난소기능저하증으로 8년째 난임 치료를 받는 A씨가 최근 경북도의회 박채아(경산·국민의힘·사진) 도의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A씨는 편지글에서 "시험관 한 번 하는데 4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자비로)부담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돈 때문에 (아이를)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난임 정책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국가 소멸 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A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난임부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 신설 협의 요청을 미루는 바람에 사업착수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저출생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채아 도의원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난 9월 '경북도 난임부부 확대 지원사업'을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 신설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경북도 난임확대지원사업은 도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난임부부에게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신선배아 9회, 동결배아 7회, 인공수정 5회로 제한하던 것을 모든 시술과 관계없이 총 22회,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게 대폭 확장한 것이다.
박 의원은 "내년부터 난임확대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 신설 협의를 요청하고 직접 방문까지 해서 협의를 부탁했음에도 지금까지 논의도 하지 않은 것은 지방정부를 무시한 행태"라며 "난임부부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쓴소리했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안내문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 협의 절차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일반 안건은 60일 이내 처리하고, 쟁점 안건의 경우 최대 6개월 이내 처리한다.
경북도 난임확대사업 안건은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자치단체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쟁점 안건이 아닌 일반안건으로 분류되기에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세계 최저 출산율인 절망적 현실에서 자발적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난임부부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없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방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른 예산을 줄여 재원까지 마련했음에도 중앙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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