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우리 뇌 안에 龍이 삽니다!

  •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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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8 08:03  |  수정 2024-01-08 08:03  |  발행일 2024-01-08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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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용은 해를 상징하는 12마리 동물 중 유일하게 우리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동물로, 주로 신화나 설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강력한 힘과 권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로 상징됩니다. 동양에서는 주로 설화 속에 신령스러운 존재로 등장하며, 서양에서는 주로 신화 속에서 파괴와 공포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즉 동양에서 용은 가까이하면 좋은 존재이고, 서양에서는 가까이하면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동물 용과 실제 현실 속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교수님이 발표한 '에덴의 용: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이란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에덴의 용' 출판 시기는 1978년이고 '코스모스' 출판 시기가 1980년이니, 칼 세이건 교수님은 이미 우주의 기원과 더불어 인간 지성의 기원을 함께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우주의 기원 그리고 소우주 뇌의 기원을 한 주제로 통섭할 수 있었던 칼 세이건 교수님은 정말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융합과학자셨네요. 이 책은 우주의 진화에서 인류의 등장과 인간 지성의 진화에 대해 뇌과학 연구와 동서양 신화를 아우르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가서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용의 해를 맞아 한번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용의 뇌를 연구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용은 미국 신경과학자이신 폴 도널드 맥린 박사님이 제안한 '삼위일체뇌(Triune Brain)' 이론을 가져오면서 처음 등장합니다. '삼위일체뇌'란 인간 뇌는 진화단계에 따라 발생한 3개의 뇌가 체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3개 뇌는 R복합체(R은 reptile에서 유래한 말로 파충류를 의미합니다), 변연계, 신피질(대뇌피질)입니다.

R복합체는 파충류의 뇌로 부르며 진화론적으로 가장 먼저 발달하였고 기본적인 생존을 담당합니다. 칼 세이건 교수님은 인간 뇌 속의 용이 바로 R복합체에 살고 있다고 은유합니다.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포유류의 뇌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신피질은 이성적 사고, 언어, 고차원의 사고 능력과 같은 인간 지성을 담당하는 영장류의 뇌라 합니다.

칼 세이건 교수님은 파충류와 포유류로 비유한 뇌 영역을 각 동물의 생물학적 차이와 대비하는데, 두 동물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는 파충류는 변온동물이고 포유류는 항온동물입니다. 이런 차이는 생존을 위해 생활 시간대를 각각 반대로 사용합니다. 온도가 따뜻한 낮은 파충류의 왕인 용의 시간이며,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면 파충류는 체온유지를 위해 활동을 줄이고자 잠을 자게 됩니다. 용이 활동하는 시간에 포유류는 숨어서 잠을 자고, 용이 잠든 시간에 포유류는 활동을 합니다. 세이건 교수님은 이 시절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낮이면 육식 파충류들이 잠에 곯아떨어진 영리한 포유류들을 찾아내 먹어치웠고, 밤이면 육식 포유류들이 꼼짝하지 못하게 된 멍청한 파충류들을 잡아먹었다." 즉 포유류가 활동하는 시간은 용이 잠을 자는 시간입니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님이 설명하듯 대부분의 꿈의 소재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인 종족 번식을 위한 성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포유류가 잠든 용의 시간이 오면 우리는 깨어있을 때는 차마 하지 못 하는 일을 꿈을 통해 시도하기 때문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에덴의 용'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삼위일체뇌' 이론은 맥린 박사님이 제안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증명하고자 연구 중이나 여전히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칼 세이건 교수님이 '에덴의 용'을 출판하여 이 이론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대중에게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 면이 있습니다. 칼 세이건 교수님이 이 책에서 강조했지만 나의 지식이 후대에 유전되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후천적인 것입니다. 즉 뇌는 생물학적인 특성 외에도 그 너머 무언가 아직 풀지 못한 특성을 뇌 속 어딘가 숨기고 있다는 거죠. 이에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연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뇌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겐 이런 질문은 평생을 걸어볼 만한 주제라고도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용을 활용한 사자성어로 2024년 여러분 가정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드리겠습니다. 소망하시는 모든 것들 용두사미(龍頭蛇尾) 되지 않도록 새해 첫날의 초심을 잘 지켜 정진하시고 청룡의 기운을 듬뿍 받아 비룡승운(飛龍乘雲)하는 한 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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