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

  •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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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4  |  수정 2024-01-24 07:00  |  발행일 2024-01-24 제26면
좋은 말 써야 좋은 세상인데
나쁜 말 이상한 말 더 많이 써
문법 규칙도 버린지 오래
사회적 영향력 큰 분일수록
공감, 배려, 칭찬 더 많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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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년 개봉한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출연한 한국 영화다. 세 인물의 특징을 '좋은, 나쁜, 이상한'으로 규정한 코미디물이다. 새해 벽두에 오래전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서 쓰이는 말의 모습을 이야기하려니 영화의 제목이 떠올랐다.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좋은 말은 좋은 마음을, 나쁜 말은 나쁜 마음을, 이상한 말은 이상한 마음을 만든다. 독일의 언어학자 훔볼트는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로 현실을 인식한다'라고 했다. 그러니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좋은 말을 써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나쁜 말, 이상한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좋은 말을 쓰자.

1월1일, 해돋이 명소마다 인파로 붐볐다. 사람들은 해를 보며 소원을 빌고, 뭔가 잘해보려고 다짐한다. 자치 단체에서도 해돋이 행사를 주관하여 시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사는 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가까운 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열었다. 그 산은 필자가 평소 운동 삼아 매일 새벽 오르내리는 곳이다.

1월1일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산을 향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중간마다 안내 직원 한 분씩 서서, 밝은 표정으로 새해 인사를 한다. 새벽 기온은 아직 싸늘한데, 웃으면서 시민을 맞이하는 공무원들이 고맙다. 산 정상까지 죽 이어지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시민들을 기쁘게 한다. 좋은 말이다.

2022년,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표시하는 경우 최대 15일까지 아무 장소에나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에 내걸어도 괜찮다. 어떤 내용도 괜찮다. 온 동네가 현수막 천지가 되었다. 신호등 앞, 횡단보도 건너, 눈만 들면 현수막 천지다. 그러자 많은 시민이 고통을 호소했다.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폐현수막 처리 문제도 크다.

법을 일부 고치기는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말이다. 법에는 어떤 말도 규제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그러니 마구잡이로 썼다. 대부분 남 탓하는 말, 책임 회피하는 말, 덮어씌우는 말, 차별하는 말, 비하하는 말, 혐오감을 주는 말, 욕하는 말,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써 놓았기 때문이다. 시민들만 피해를 봤다. 억지춘향 격으로 보게 된 부정적 표현에 화가 났다. 정말 나쁜 말이다.

1인 미디어가 크게 늘었다. 콘텐츠를 제작, 생산, 유통하는 사람이 다양해졌다. 그들은 조회 수에 관심이 커 자극적인 말을 써야 사람들이 찾는다고 믿는다. 규칙에 어긋나는 말을 창의(?)라 생각하는지 멋대로 쓴다. 오랜 세월 다듬어 온 문법 규칙은 버린 지 오래다. 그들이 쓰는 말은 이상한 말이다.

아무렇게나 쓰는 직과 이름도 이상한 말의 예다. 다른 이가 나를 가리킬 때 '박○○ 상임이사'라고 한다. 내가 나를 부를 때는 '상임이사 박○○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나'의 고유한 정체성은 직이 아니라 이름이기 때문이다.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박○○ 상임이사입니다'라고 하는 말은 직을 중시하는 세태를 반영한 표현으로 이상한 말이다.

새해에는 좋은 말을 쓰자. 좋은 마음으로 살자.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분들은 더욱 노력하자. 공감하는 말, 배려하는 말, 긍정하는 말, 격려하는 말, 칭찬하는 말을 더 자주 쓰자. 그러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더 따뜻해질 것이다.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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