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개천에서 용(龍) 나기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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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30 06:53  |  수정 2024-01-30 07:02  |  발행일 2024-01-30 제23면

'개천에서 용 난다'란 속담은 맨손으로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배우지 못한 부모가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도 자식이 똑똑하면 부모의 신분이나 재력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성공을 이룬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개똥밭에 인물 난다’가 있다. 물고기가 변해 최고 권력의 상징인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도 어원은 같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살아온 용은 봉황과 더불어 아주 친숙한 상상의 동물이다. 선조들은 예로부터 용을 왕이나 위인에 비유했다. 태몽이 용꿈이면 귀한 인물이 된다고 믿었다. 정확한 문헌은 알 수 없으나 정몽주, 이이, 이몽룡도 용꿈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삼국지에서 최고의 전략가로 유명한 제갈공명은 무명시절에는 누워 있는 용이란 뜻을 가진 와룡(臥龍) 선생으로 불렸다.

현대 사회는 용이 될 수 있는 물은 마르고 개천은 허물어졌다고 한다.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말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꿈은 내려오는 속담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안타까우면서 무서운 혹평이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만 살맛 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 만들어져야만 자신만의 꿈을 가진 젊은이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60년 만에 돌아온 갑진년 푸른 용띠 해는 11개월이나 남았다. 비록 용띠 해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용의 해를 사는 모든 국민이 푸른 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개똥밭에서 큰 인물 나고, 물고기도 용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부럽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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