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대구 부동산

  • 박주희
  • |
  • 입력 2024-02-02 07:04  |  수정 2024-02-02 07:16  |  발행일 2024-02-02 제26면
올해 일감절벽 거센 후폭풍
여전한 PF 부실 폭탄 뇌관
일부 사업장은 정리 본격화
"준공후 미분양 양도세 면제"
현장선 실질적 지원책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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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정경부 차장

최근 대구 부동산시장 관련 뉴스는 온통 부정적인 소식을 알리는 헤드라인 일색이다.

'미분양 무덤'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익숙한 문구가 돼 버렸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 사업장에서 할인 분양과 페이백 등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고육지책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대구에는 분양 저조 영향으로 장기전세 임대로 전환하는 등 분양 승인을 취소한 단지가 3곳이나 된다. 지난달엔 대구 동구 신천동에 아파트·오피스텔을 건립할 계획이던 한 시행사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자진해 취소 신청하기도 했다.

공매 절차를 밟는 사업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말 1천400억원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한 대구 수성구의 후분양 아파트 '빌리브 헤리티지'는 공매에 들어갔고 1·2차 입찰에서 모두 유찰됐다.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에 일감이 줄어들면서 지역 건설업체들은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각종 관련 업종에도 고스란히 그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내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 신규 분양 물량이 사실상 전무해 분양대행·광고대행·인테리어업·설계회사 등 지역의 분양 관련 업체들은 1년간 개점 휴업상태였다. 대구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도 지난해 매일 2곳 이상이 사업을 접거나 중단하는 상황이고, 가구 매출도 크게 줄었다는 전언이다.

올해도 지역의 부동산·건설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고금리·고물가·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민들의 체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지역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가 크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 지역 부동산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PF 대출 옥석 가리기에 나선 만큼, 사업성이 낮은 브리지론과 본PF 대출의 경우 부실이 정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구는 미분양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 그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또한 올해 공사장 인부들의 일거리도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에는 그나마 이전에 수주받은 공사가 있어 버텼지만 올해는 지난해 뚝 끊어진 일감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지역의 한 건설사 임원은 올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가장 캄캄한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한파가 부는 가운데, 후분양과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은 입주 시점이 도래했을 때 PF대출 상환을 해야 하는데 이때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강도 높은 할인 분양으로 발버둥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이 정리되는 등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부동산·건설 산업은 서민경제와 지역 및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연관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지대하다.

지역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무주택자·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법인의 취득세·종부세 완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준공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5년 면제 등과 같은 지방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만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에만 몰입하지 말고 지역의 사정을 고려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박주희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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