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DGB차기 회장, 내부출신 한시적 행장 겸직 필요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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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7 06:58  |  수정 2024-02-07 06:58  |  발행일 2024-02-07 제26면
지역기반 시중은행 전환 목전
안정적 리더십 절실한 상황
지역정서 밝은 내부출신 회장
2년간 은행장 겸직이 합리적
의사결정 일관성 유지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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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정경부장

DGB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의 종착역이 보인다. 설 연휴가 지나면 1차 후보군(7명)에서 2차 후보군(2~3명)이 추려진다. 차기 회장 내정자 이름은 이달 말쯤 접할 수 있다.

이 레이스를 보면서 2018년 2월을 전후로 굵직한 비위행위가 잇따라 터져나와 그룹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방 금융의 가장 밑바닥까지 드러났었다. 그 DGB금융이 6년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섰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6년 전엔 만신창이가 된 주력 계열사 '대구은행발(發) 사태'를 수습할 특급 소방수를 갈구했다. 올해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란 역사적 호사(好事)를 이끌어 갈 안정된 리더십을 찾는다.

DGB 역사상 가장 혼란기 때 외부서 긴급 수혈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인 김태오 현 회장의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외부 전문기관을 참여시켜 가동한 CEO 육성프로그램,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된 그룹 지배구조는 단연 국내 금융권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지방은행의 취약점이던 '디지털·글로벌 금융'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오른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시중은행장 출신, 고향만 TK일 뿐 경력 대부분을 서울서 보낸 이른바 '서울TK'들이 군침을 흘린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사 특성상 정치적 외풍도 작용할 수 있다. 스펙은 화려할지 몰라도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자신의 색깔을 강제로 입혀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지역 특유의 보수적 정서에 대한 면역력도 약할 수 있다.

차기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카드도 고민해야 한다.

일각에선 은행발 각종 금융사고로 그룹이 타격을 받는다며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이야기하고 한다. 이 같은 시각은 은행 중심적 사고에 기인한 것이다. 이자 장사시대는 이제 운신의 폭이 좁다. 비이자수익 창출비중이 중요해졌다. 증권·생명·캐피털·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권의 비중은 점점 커진다. 더욱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이 되면 사이즈는 더 커진다. 영업범위가 넓어진다는 얘기다. 그룹 전체업무를 총괄할 회장이 덩치가 커진 은행장 업무까지 맡긴 사실상 어렵다. 실제 그룹 내 대구은행 비중도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 비중은 그룹 내에서 68.9%다. 비은행권 비중이 31%나 되는 셈이다. 요즘 각 금융그룹 내 부회장도 사라졌다. 회장 대신 비은행권 계열사를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

다만 DGB 차기 회장은 한시적 은행장 겸직이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 전환 후 조기 안착하려면 일정 부분 의사결정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회장과 은행장의 의견이 다르면 속도를 내기 힘들다. 호남·강원·충청 중 어느 지역부터 먼저 지점을 낼지부터 막힐 수 있다. 디지털 고객 선제 확보 후 지점 출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범위와 규모에도 온도차가 날 수 있다. DGB금융 경영철학 및 지역 정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인사가 차기 회장을 맡고,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은행장을 겸직하는 게 합리적이다. 단순한 시중은행 전환이 아니다. 지방(대구)에 기반을 둔 전국구 은행의 등장이다. DGB금융에 요구되는 것은 지역정서를 잘 아는 안정된 리더십이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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