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고민 깊어지는 2030…"다가구주택 전세제도 개선 시급"

  • 박주희
  • |
  • 입력 2024-02-18 15:31  |  수정 2024-02-19 16:36  |  발행일 2024-02-19 제5면
지난해 대구 임차인 2030 비중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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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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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사부 제공
비싼 월세가 아까워 전세를 알아보던 대구의 한 20대 직장인 A씨는 자신의 경제력에 맞춘 예산으로 다가구주택 전세를 알아봤지만 번번이 '전세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은 다 그렇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전세금반환으로 문제가 된 적 없으니 안전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동산시장 하락국면 장기화로 전세사기, 역전세난 문제가 불거지자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전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90년대 주택보급활성화를 위해 생긴 다가구주택은 최근엔 전세사기를 부추기는 나쁜 주거형태로 변질됐다.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세대별 구분등기가 불가능한 단독주택이지만 최대 19명의 임차인을 계약할 수 있는 구조다. 부동산 호황기에 다가구주택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며 주택보급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대출과 전세보증금만으로 건물 매입과 건축을 거의 무자본으로 할 수 있게 되자 임대인들은 여러 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총액규모는 안전한 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후순위 임차인은 확인할 수 없다. 결국 부동산 경기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의도된 사기가 아니더라도 건물주가 공실과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에 이르게 되면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18일 부동산 전문기업 '빌사부'가 법원등기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임대차 계약은 244만건으로 이 중 20~30대 임차인이 53%였다. 지난해 전국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의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19~29세 25% △30대 28% △40대 20% △50대 15% △60대 8% △70대이상 4%를 보였다. 전체 거래량은 전세사기 사건과 역전세가 이어져 전년대비 6% 감소했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12% 증가했다.

대구에서도 임차인의 2030 비중이 54%였다. 특히 대구에선 19~29세가 29%로 전국 평균(25%)보다 높은 반면, 30~39세 비중은 25%로 전국 평균(28%)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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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사부 제공

한편 전·월세를 받는 임대인은 50~60대가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전국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대인의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50대가 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24%), 40대(22%), 70대 이상(15%), 30대(10%) 등의 순이었다. 50~6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50대 이상 임대인이 65%를 차지했다.

대구지역의 임대인 연령별 비중에서도 50대(28%)가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25%), 60대(23%), 70대 이상(12%) 등의 순이었다. 대구에선 40~50대가 전체의 53% 차지하며 40대에서 주택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로 나타났다.

빌사부 송원배 대표는 "부동산 자산(주택)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는 연령대는 높았고, 이를 이용하는 임차인의 연령대는 낮다는 게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일단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전세제도는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선 유익하지만 전세사기, 전세금반환불가 문제를 단순히 임차인의 부주의로만 볼 수 없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며 "젊은 세대들이 거래 수단의 제도적 오류로 삶의 좌절을 겪지 않도록 임차법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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