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이순신 장군의 어록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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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06:54  |  수정 2024-02-29 06:55  |  발행일 2024-02-29 제23면

역경과 풍파를 이겨내고 개천의 미꾸라지가 용(龍)이 되는 비법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군령을 내리던 여수 고소대 비탈길에 새긴 국보 제76호 서간첩 어록의 11가지 생활신조를 실천하는 것이다. 몇 가지 어록을 추려보면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나는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랐다)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불의한 직속 상관과 불화로 수차례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우면서 마흔일곱에 제독이 됐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軍) 자금을 만들어 스물세 번 싸워 모두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지 말라(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기고 옥살이를 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열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이다.

옛 선현들은 파란만장 인생 역정 끝에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맞는다고 했다. 500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는 충무공의 생활신조를 가슴에 품고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 승천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닌 만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굴하지 않고 자기역량을 마음껏 펼쳐 개천에서 용이 되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개천 미꾸라지가 용이 되는 그날까지.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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