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경북 북부 산사태 지역 곳곳 '위험'…우기 전 복구 가능할까?

  • 오주석
  • |
  • 입력 2024-03-08 14:06  |  수정 2024-03-11 11:18  |  발행일 2024-03-11 제9면
2월 말 기준 재해복구 56.9% 사방 등 일부 시설 미흡
2024030801000261400010481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비탈이 별다른 복구 작업없이 방치되고 있다. 오주석 기자
2024030801000261400010482
경북 예천군 벌방리 입구에는 설치된 안내표. 오주석 기자

지난해 여름 수해 피해를 입은 경북 북부 지역에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설 복구가 생활 편의 시설에 집중되면서 산사태 예방 사업이 행정 순위에서 밀려난 데다 겨울철 많은 비로 해빙기 약해진 지반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은 여전히 수마(水魔)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벌방리 입구에는 '호우 피해 복구 현장'이고 쓰인 안내표가 설치돼 있었다.

폭우와 함께 마을 입구까지 쓸려왔던 각종 오물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마을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 보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바위들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경사지에 바위나 흙더미가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천막을 덮어둔 곳도 간간이 보였다.

산비탈에 형성된 골짜기는 아직까지 메워지지 않았고, 산사태 위험을 줄여줄 사방댐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때아닌 겨울 폭우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박우락 벌방리 이장은 "올해 겨울부터 유난히 비가 자주 와 일부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라며 "(마을 주민에게) 수시로 복구 진행 상황을 알려드려 진정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4030801000261400010483
벌방리 주민들이 왕래하는 도로에 흙더미가 쌓이고 있다. 오주석 기자
실제로 날씨가 풀리면서 벌방리 마을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주민들이 왕래하는 길가엔 흙더미가 쌓이고 경사지엔 묘목이 뿌리를 드러낸 채 앙상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 산비탈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쓸려 내려 온 흙더미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 예방을 위한 수해 복구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 경북도가 북부지역 산사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지난해 말 산사태 피해복구비 426억 원을 투입했지만 2월말 기준 전체 2천352건 사업 중 57% 정도만 공정이 완료된 상태다.

그것도 상·하수도(73%)나 소하천(71%), 도로·교량(68%) 등 생활 밀접 시설에 대한 복구가 우선되고 있다.

산사태 피해지역의 경우 토지소유자의 복구 동의 등 행정 절차로 인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산사태 방지에 효과적인 사방 건설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3월부터 사방댐 공사를 시작해 중순까지 절반 이상 착공할 계획"이라며 "우기 전 사방 공사를 완료하는 등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