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임계점 다다른 의료진, 의정 갈등 이젠 돌파구 찾아야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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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0 19:13  |  수정 2024-03-10 20:44  |  발행일 2024-03-11
정부, 2천명 증원 가르치기 어려워

전공의도 집단행동부터 멈춰야

'강대강' 대치 실익없어 국민만 다칠 뿐

의·정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 마주해야
[뉴스분석] 임계점 다다른 의료진, 의정 갈등 이젠 돌파구 찾아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다. 10일 대구 북구 한 대학병원 복도에 업무개시 명령서가 붙어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의과대학 신입생 2천명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가 20일을 넘겼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대신한 전문의와 의대 교수들이 지쳐가면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아직 '의료대란'까진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시간 문제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는데,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 환자가 죽어 나갈 판이다. 

의정 갈등은 그만하면 됐다. 이젠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양측 모두 현실적인 사태 수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화는 양보가 전제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평행선으론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현재 인원(3천58명)의 65.4%를 한꺼번에 늘리는 일이다. 정부는 수요 조사에서 대학 측이 원하는 규모라며 "괜찬다"고 한다. 대학과 의대 간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학은 의대 정원 확대를 마다할 리 없다. 이번이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당장 내년부터 65% 늘어난 의대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느냐에 있다. 의대 학장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의대 특성상 실습 기자재, 교수진 등으로 미뤄 학장들의 주장이 더 현실성이 있다.

5년 후에도 걱정이다. 의사 1만명 추가 양성을 목표로 2029학년도까지 매년 2천명씩 증원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면 2030학년도 입시에선 2천명을 줄인다는 말인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들도 이제 집단행동을 멈춰야 한다. 환자를 외면한 의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국민 여론은 정부 편이다. 의사 수를 늘려 응급실 뺑뺑이를 막고 '소아과 오픈 런'을 사라지게 하겠다는 데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국민을 이기는 의사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동의를 구할 수 없다.

정부 역시 '2천명은 물러설 수 없다' '면허정지' '엄단' 등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로 논의의 자리에 나서야 한다. 2천명 확대의 근거가 된 연구 3건을 맡았던 전문가들조차 '10년간 1천명씩 증원' '5년간 500~1천명 확대 후 재조정' 등의 조정안을 내놨다.(7일 국회 토론회)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다. 나머지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강대강' 대치는 종국엔 의료계도 정부도 실익이 없다. 애꿎은 국민만 다칠 뿐이다. 성난 민심은 언제 어떻게 비수가 돼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의료진만 피로가 쌓인 게 아니다. 국민도 지칠 대로 지쳤다. 진료 공백이 더 진행되면 언제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지 모른다. 의료계와 정부는 하루 빨리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진식 사회부장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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