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서구청 맞은편 도로에 세워진 '투쟁' '쟁취' 등 글씨가 붙은 철거민들의 차량에서 확성기를 통해 민중·노동가요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법원이 구청 건물 50m 이내에서 음향 증폭 장치를 이용한 75㏈ 이상 의 민중·노동가요 등을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철거민들은 60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이동해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변 상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시위 소음 때문에 손님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어 막막합니다."
19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청 건너편 상가 앞엔 커다란 확성기가 달린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확성기에선 민중·노동가요 등이 연신 흘러나왔다. 차량엔 붉은색으로 '투쟁' '쟁취' 등 글씨도 붙어있었다.
바로 앞에서 장사하는 A씨는 "최근 시위 차량이 가게 앞으로 이동한 후 손님이 확 줄었다"며 "인근 식당과 함께 경찰,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신고된 집회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법원이 대구 서구청 앞 고성 시위를 금지했지만, 소음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서구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던 철거민들의 차량이 구청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애꿎은 상인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서구 등에 따르면 평리7구역 재개발촉진지구 철거민들이 지난 7일부터 서구청 맞은편 상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재개발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곳에서 3년 넘게 고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서구는 소음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 철거민을 대상으로 법원에 간접강제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이 지난 6일 서구청의 간접강제 신청을 인용하면서 철거민들의 구청 앞 도로 시위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구청 건물 50m 이내에서 녹음재생기, 확성기 등 음향 증폭 장치 이용 민중·노동가요 등을 75㏈ 이상 고성으로 재생하는 행위, 청사 진입로로부터 전후 양방향 50m 범위에서 1개 이상의 차로를 점거해 차량 진·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하루 100만원씩 서구청에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철거민들은 시위 장소를 구청에서 60m가량 떨어진 상가 앞 도로로 옮겼다. 소음 데시벨도 법원이 측정한 75㏈을 넘지 않는 74㏈로 맞춰 트는 등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문을 열 때마다 들리는 소음 때문에 장사를 할 수가 없다. 항의해도 정당하게 신고한 시위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해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구 관계자는 "철거민 측에서 법원의 결정에 항소해 아직 법적인 부분이 진행 중"이라며 "항소가 기각되더라도 현 장소에서 시위하는 것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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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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