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의 아픔을 담은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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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11:40  |  수정 2024-04-26 11:44  |  발행일 2024-05-06 제11면
대구 아트스페이스루모스, 김병태 작가 사진전 '자화상'
고통받는 난민의 얼굴 통해 인류의 자화상 고민 눈길
우크라이나 난민 슬픔을 피사체로 담아낸 20점 작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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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Alina Manekina'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난민을 피사체로 담아낸 김병태 작가의 사진전 '자화상'이 오는 5월15일까지 대구 아트스페이스루모스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의 평온함을 빼앗긴 우크라이나 난민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명 '자화상'은 고통받는 난민의 얼굴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자화상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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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위해 아트스페이스루모스를 찾은 김병태 작가가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김 작가가 지난해 9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난민보호소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직접 촬영한 것이다. 김 작가는 전쟁으로 삶이 무너져 버린 이들의 참혹한 슬픔과 분노를 작품에 담으려 애썼다. 사진 속 무표정한 얼굴 위에 뿌려진 밀가루는 희망과 절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밀가루는 세계적 밀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와 전장(戰場)의 희뿌연 포연을 의도한 것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식량으로서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매개체이자 희망'이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아무런 포즈나 표정도 없는 사진 속 얼굴의 이미지는 인간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자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특히 그의 작품 속 모든 모델들은 눈을 감고 있다. 눈은 '마음을 보여주는 창'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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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Naralia & Angelina Puzii'


작업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고나 사무실에서 이뤄진다. 모델들에게는 검은 천을 입혀 얼굴 외 다른 부분이 드러나지 않게 했으며 소량의 자연광만을 이용해 촬영한다. 짙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드러난 사람들의 얼굴에서 절제된 고통과 슬픔이 전해진다.

대구 출신인 김 작가는 1994년부터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거주하며 30여 년 간 아프리카의 자연과 인물을 프레임에 담아왔다. 케냐에서 살고 있는 김 작가가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미약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병태 작가는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세상이다. 전쟁으로 시련에 빠진 이들의 아픔을 되새기며 그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했다. 잔인하고도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무료입장. 매주 일·월요일 휴관.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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