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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 불량으로 갈아엎은 경북 고령군 쌍림면 곽상현씨의 양파밭. <곽상현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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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이 떨어져 수확을 포기한 채 갈아 엎어 버려진 양파. 곽상현씨 제공 |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서 양파 농장을 운영하는 곽상현(49)씨는 올 초부터 이어진 이상기후로 한 해 농사를 망쳤다. 겨울에 심어둔 양파에서 노균병과 잎마름병이 확산하면서 생육상태가 불량한 양파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씨는 23일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날은 따듯한데 비가 자주 내리면서 수확기에 접어든 양파의 절반 이상이 생육 불량 상태여서 유통센터에 납품해도 등외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닐을 걷은 후 (일부를) 갈아엎었다"며 허탈해했다.
양파는 통상 크기에 따라 상품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름이 6㎝를 넘어야 출하가 가능하며, 8㎝가 넘으면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곽씨는 올해는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수확 양파의 절반도 안 된다고 전했다.
잇따른 이상 기후에 경북에서 생산되는 양파의 생육 장애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마늘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벌마늘(2차 생장)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생육 장애 양파가 수확되면서 경북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따듯한 날씨에 잦은 비 영향
고령군 총재배면적 528㏊ 중
20%인 105㏊ 노균병 등 덮쳐
재배농 "과반이 상품성 없어"
道, 다음달 3일까지 피해접수
경북도와 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고령군 양파 재배 면적의 20% 정도가 올해 생육 장애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양파 재배면적 528㏊ 중 105㏊에서 노균병과 잎마름병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 하우스 내 조생 양파의 경우 90% 이상이 일조량 부족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도농업기술원이 전했다.
도내 다른 지역의 마늘·양파 농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일 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도내 마늘 주산지인 의성과 고령 일부에서 벌마늘이 확인됐다. 경북 의성군 마늘 재배 면적(1천27㏊) 중 6~8%, 고령군 마늘 재배 면적(677㏊) 중 5~10%에서 벌마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파와 마늘 농가에서 생육장애가 발생한 것은 이상기온 때문으로,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4월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225.5㎜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강수량 121.7㎜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지난 2월 평균 강수량은 82.9㎜로, 지난해(19㎜)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피해가 속출한 경북도 등 5개 지역을 양파 생육 불량 재해 지역으로 분류한 상태다. 도는 다음 달 3일까지 피해 신고 접수 및 현장 정밀 조사를 실시해 농약대를 지급할 계획이다.
정주호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생육 장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가에서 병해충 관리와 배수로 정비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며 "양파 농가는 농작물 피해 규모를 각 시군에 접수 기간 내 신고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