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푸르러요"…화마 흔적 지우는 안동 풍천, 남후면 산(山)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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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31  |  수정 2024-05-30 20:17  |  발행일 2024-05-31 제2면
2020년 대형 산불로 1천944ha 태워…국내 7번째 산불

입산자 실화로 추정…산불 원인자 아직도 찾지 못해

경북도 조림복구 사업, 식재한 나무 203만7천본 달해
이제 푸르러요…화마 흔적 지우는 안동 풍천, 남후면 산(山)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에서 2020년 4월 24일부터 27일간 발생한 산불로 산능선이 잿빛으로 변했다. 영남일보 DB
이제 푸르러요…화마 흔적 지우는 안동 풍천, 남후면 산(山)
30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산 정상부가 수목으로 가득찼다. 오주석 기자

30일 오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산 정상부. 이곳은 4년 전 화마를 이겨낸 듯 푸른 빛으로 물든 상태였다. 잿빛으로 가득했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수목들이 화마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지난 2020년 4월 24일 안동시 풍천·남후면 일원에 발생한 산불은 1천944㏊의 산림을 태우고 나흘 만에 꺼졌다. 당시 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대규모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2000년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중 7번째로 규모가 큰 산불이었다.


산불 당시 불에 타 쓰러진 묘목은 아직도 간간이 보였다. 손으로 만지면 재가 묻어 나올 정도로 당시 화마를 짐작케 했다. 살아 있을 때 생김새 그대로 묵묵히 서 있는 묘목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4년 전 잿빛 소나무가 가득했던 이곳에 성인 키 높이의 묘목들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베어진 소나무 사이로 형형색색의 어린 묘목이 자리 잡았다.


경북도는 2021년 3월 산림복구 조림 사업(154억원)을 시작, 지난달 복구 작업을 마무리 했다. 전체 피해지의 약 56% 해당하는 1천80㏊에 산벚나무, 낙엽송, 밤나무 등 10여 종의 어린나무를 심었다. 식재한 나무만 203만 7천본에 달한다.

이제 푸르러요…화마 흔적 지우는 안동 풍천, 남후면 산(山)
4년 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산능선에 불에 탄 소나무 사이로 수목이 자라고 있다. 오주석 기자
이제 푸르러요…화마 흔적 지우는 안동 풍천, 남후면 산(山)
4년 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산정상부. 나무를 벤 자리에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다. 오주석 기자
안동 풍천·남후면 산불은 입산자의 실화로 추정된다. 당시 정부까지 나서 실화자를 찾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 산불 원인자에 대한 검거율은 절반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실화자 검거율은 39.9%(5천668건 중 2천263건)에 불과하다. 특히 입산자 실화 검거율은 고작 10.8%다.


이날 산림 복구 현장에서도 누군가 담배를 다 태우고 버린 담뱃갑이 눈에 들어왔다.

도규명 경북도 산림자원과장은 "지난 4년간 복구 사업을 실시해 안동 산불 피해지가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한순간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소중한 산림을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복구해 미래 세대가 풍요로운 산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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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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