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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풍북초등 돌봄 선생님 정영희(58)씨가 아이들과 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지난 5일 오후 4시 안동시 풍북초등 돌봄교실. 이 학교 1·2학년 학생들이 돌봄 교사와 마주 앉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작년까지 전교생이 54명에 불과했던 이 학교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인 소그룹 교육과 다채로운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올해 재학생이 68명까지 늘어났다.
이 학교는 승마와 코딩, 뮤지컬 등 이색 프로그램을 학기 중에는 물론, 방학 기간에도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경북도청 신도시의 큰 학교와 전학이 가능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에 편입되면서 온종일 돌봄을 필요로 하는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이은실 씨는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이 학교를 택했다"며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대규모 학교보다) 친절하고 아이를 자식처럼 대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폐교 위기에 몰렸던 경북지역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학생 수 역주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를 대형 초등학교 학구에 묶은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가 경북 전역에 시행되면서 폐교 위기에 몰린 소규모 초등학교가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동일 학구에선 별도의 주소 이전 없이 전학도 가능해 과밀 학급 해소와 소규모 학교 활성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6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시행중인 160곳 중 103곳이 학생 유입 효과를 거뒀다. 늘어난 학생 수만 585명에 달한다. 소규모 학교 한 곳당 3.6명이 신규 유입된 것이다. 작은 학교는 2019년 29곳에서 올해 179교(중학교 19곳 포함)까지 확대돼 농촌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도의회도 올해 초 '작은 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소규모 학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올 2학기부터 경북지역 학교에 도입되는 '늘봄 학교'가 작은 학교 자율학구제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인 '온종일 돌봄'이 모든 학교로 확대되면 농촌 학교의 학생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농촌학교의 경우 생존을 위해 온종일 돌봄 교실을 운영하며 도시 학교와 차별화에 힘써왔다"며 "늘봄 학교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농촌 학교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