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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준에 맞춘 규제 탓에 이미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현장에 접목하지 못하는 로봇이 많습니다."
대구에 본사를 둔 로봇기업 '지오로봇' 강태훈 대표는 지난달 대구시가 주최한 '지역 로봇기업 애로해결 및 규제개혁 합동간담회'에서 이송로봇 의료폐기물 전용용기 허가 및 처리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오로봇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불가하다. 감염 등 위험방지 차원에서다. 문제는 로봇에 용기를 설치해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로봇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로봇이 의료폐기물을 옮기면 로봇도 같이 폐기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같은 지오로봇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하 진흥원)이 추진하는 '2024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 2차 공모에 지오로봇 과제가 선정돼서다. 지오로봇은 올 연말까지 의료폐기물 비대면 수거작업을 위한 이동로봇 활용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강 대표는 "로봇 기업들은 레퍼런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이런 사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아야 수요처를 발굴하고, 규제 개혁을 위한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사람이 안전하도록 지키는 규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사람의 안전을 위해 도입하는 로봇에 똑같은 잣대를 갖다대는 건 불합리하다. 규제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2024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 2차공모 결과 농업·물류·배송 분야 등 총 11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올해 1차 공모 과제(24개)를 뽑았고, 잔여 예산을 활용해 이번에 2차 공모까지 진행했다.
이번 공모는 △ 서비스로봇의 활용모델 개발 △개조개량 및 검증 △수요처 맞춤 로봇 제작 및 실증·보급 등 3단계로 지원되며 1단계 5개, 2단계 1개, 3단계 5개 과제가 각각 선정됐다. 이 중 대구경북 기업이 따낸 과제는 1단계 3개 과제다.
진흥원은 1단계 과제로 농업, 배송, 안내, 물류 분야 전국 5개 기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에선 지오로봇을 포함해 3개 기업이 과제를 따냈다. 포항에 있는 '에스에프로보틱스'는 농업 현장에 사용하는 작업자 추종 운송 로봇 플랫폼을 개발한다. 구미에 본사를 둔 '엘라인'은 전선 제조기업 경림테크와 손잡고, 중소기업 소규모 물류 상하차 자동화를 위한 무인 지게차 로봇 개발에 착수한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획득으로 인도 주행이 가능해진 '에이알247'은 2단계 과제로 기존 제품을 개조·개량, 경기 용인시 하천변 및 어린이보호구역 일대에서 실외 순찰로봇의 안전성 및 효과성을 검증한다.
3단계 과제 참여 기업은 배송 분야에선 케이엠파킹앤스페이스·에스엘플랫폼·판다카라반, 식음료 분야에선 앤하우스, 물류 분야는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 등 5곳이 선정됐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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