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 홍석천,김기태,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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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7 20:05  |  수정 2024-07-18 17:24  |  발행일 2024-07-18
포항, 철강·2차전지 부진에 고물가로 소비심리 악화

포항상의, 3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7로 '암울'

구미 자영업자 폐업은 늘고 고용지표 악화 '벼랑 끝'

"바닥 치는 경기 회복 우선, 경영 방식도 바뀌어야"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9일 정오쯤 포항시 북구 죽도동 한 중화요리 전문점. 점심 시간인데도 손님의 거의 없어 적막감이 감돈다.
◆ 철강·2차전지 소재 산업 부진에 소비심리 위축된 포항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중화요리 전문점. 식사하는 사람들로 한창 붐빌 점심 시간인데도 15개 테이블 중 1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다. 식당 내부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갈수록 손님이 없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오길 바라며 문만 바라보던 김 씨는 "손님 발길이 갈수록 줄면서 지난해 보다 30%넘게, 올해 초보다는 40%나 매출이 줄었다. 어떻게 된 건지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 손님이 짬뽕·짜장면 같은 기본 메뉴만 찾고, 비싼 요리류 주문은 부쩍 줄면서 객단가도 악화됐다"며 "인건비와 월세, 전기세 등의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재료비도 계속 올라 정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생활 물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포항 시들의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상권과 소매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역의 버팀목인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산업이 동시에 침체기를 맞으면서 포항지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의 경기 악화는 각종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발표한 포항·경주시·영덕·울진·울릉군 지역 4월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서비스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제조업의 경우 포스코 조강생산량(포항제철소 기준)이 1년 전보다 31.5%나 줄었다. 포스코가 노후화된 포항제철소 4고로에 대한 3차 개수 공사로 쇳물 생산을 중단했다. 포항철강공단 생산액 역시 1조 3천억 원으로 14.2%나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1차 금속(-14.5%), 조립 금속(-10.6%), 비금속(-5.6%), 석유화학(-24.5%), 기타(-8.1%) 등을 기록했다.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은 1차금속을 포함해 거의 모든 철강제품 생산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수출도 9억 7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9% 감소했다. 글로벌 침체기를 맞은 2차전지 소재 제품이 33.9% 급감했고, 철강 금속 제품이 7.3% 감소했다. 수입도 8억 달러로 35.1% 줄었다.

앞으로의 경기를 바라보는 지역 기업들의 전망도 암울하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8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77로 전분기 전망치(85)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업체는 전 분기(29.6%)보다 4.1%포인트 증가한 33.7%에 달했다. '경기 변화 없다'는 55.6%에서 55.4%였고, '경기 호전'은 14.8.2%에서 10.9%로 확 줄었다. 내수 경기 위축과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 지속,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iM 뱅크 김태형 경북동부본부장은 "철강·2차전지 소재 산업 부진과 고물가 장기화, 내수위축 등으로 포항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한, 코로나 19 이후 계속되는 고금리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자영업자들은 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구미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송영복 씨가 계속된 불경기와 대형프랜차이즈 시장 잠식으로 힘든 동네 세탁소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구미시 곳곳에 있는 상가 임대 현수막

◆ '폐업은 늘고, 고용은 감소' 구미 자영업 위기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입니다." 구미시 도량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송영복(60)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35년 동안 세탁업을 해온 송 씨가 기억하는 힘든 순간은 외환위기였다. 그는 "당시 수입하던 세탁 용재 가격이 두 배로 오르고 세탁 물량이 줄면서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송 씨는 지금이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네 세탁소들은 시장을 잠식한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까지 좋지 않아 지금이 외환위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송정동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40) 씨 상황도 마찬가지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과감하게 가게 문을 연 김 씨도 계속된 불경기에 손을 들고 말았다. 김 씨는 "코로나 19 당시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때도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6명이던 직원을 1명으로 줄였지만 최저임금이 올라 힘에 부친다"며 매달 대출금이자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구미 포항에 드리운 경기침체 그림자

구미시 자영업자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속된 불경기에 달라진 소비환경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구미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6천60명의 개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이듬해는 5천596명, 2022년 5천677명으로 5천 명 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6천53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구미의 경기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체감지수인 고용지표를 보면 올 3월 기준 구미국가산업단지 고용인원은 7만9천595명으로 5년 전인 2019년 3월 8만5천226명보다 5천631명 줄었다. 구미시 인구 역시 42만392명에서 40만5천189명으로 1만5천203명 줄었다. 반면 평균연령은 37.94세에서 41.44세로 3.5세나 높아졌다.

구미국가산업단지 가동률 역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2년 79.4%, 2023년 68.5%, 2024년 66.7%을 기록하며 전국 국가산업단지 평균 가동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0인 미만 소기업 가동률이 2022년 73.1%, 2022년 67.9%, 2024년 62%로 해마다 낮아져 영세한 소기업과 근로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300억 달러를 넘던 수출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249억 달러로 곤두박질했다.

김장섭 구미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구미시가 각종 사업 유치로 떠들썩 하지만 아직 소상공인들에게 체감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바닥을 치고 있는 지역 경기 회복이 우선이며 자영업자들의 경영 방식 또한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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