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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나루터' 야경. 과거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물류의 중심지였던 '사문진나루터'는 1900년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텀 부부가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를 들여온 곳으로 유명하다. |
오늘날 일상을 여유롭게 만드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일반적이고 친숙한 방법이 하나 있죠. 일상을 떠나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법. 그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법. 바로 '여행'입니다.
특히 요즘은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이렇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지'들을 만날 수 있죠. 그런 관광지들이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 역시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그만큼 여행과 관광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건 '달성문화도시'에서도 꽤 익숙한 모습입니다. 곳곳마다 이름난 관광지들이 수두룩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슬산을 비롯한 자연경관이나, 서원이나 고택 같은 전통 유적들도 유명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형태의 관광지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옛 나루터 정취 담긴 사문진 주막촌, 1900년 한국 첫 피아노 들여온 곳
올가을 사문진 피아노史 담은 시민참여 파크 오페라 선봬…야외 축제도
방송인 故 송해 실향아픔 달래던 곳은 '옥연지 송해공원'으로 사랑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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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문화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달성 디아크. |
◆여행과 일상이 공존하는 디아크 문화관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낙동강 강정보에 위치한 '디아크 문화관'입니다. 유선형의 거대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2012년 개관 이후 매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곳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진 '디아크 광장' 역시 어느덧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죠.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풍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특히 매년 가을, 대규모 야외 미술 축제인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디아크 문화관'은 이제 관광지로서 기능뿐 아니라, '달성문화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까지 자리하고 있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관과 이를 둘러싼 자연경관, 그리고 이곳을 오가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달성문화도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곳은 사실 조금 더 특별한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즐기기 위한 '관광지'이지만, 동시에 이곳 주민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여행과 일상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달성문화도시'에 자리한 관광지들 가운데는 이렇게 특별하면서도 일상적인 풍경들이 함께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모두의 기억이 만나는 곳
옥포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옥연지'라는 곳이죠. 이곳은 3.5㎞ 정도의 둘레길을 산책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큰 저수지이자, 수변 공원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매년 수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죠. 언뜻 보면 평범한 수변 공원처럼 보이는 이곳이 그처럼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옥연지의 또 다른 이름 때문인데요. 바로 '송해공원'이라는 이름입니다.
2017년 옥연지를 따라 조성된 이 공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국노래자랑'으로 유명한 방송인 고(故) 송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로는 옥연지와 공원을 합쳐 '옥연지 송해공원'으로도 불리고 있죠. 그런데 황해도 실향민으로 알려진 송해의 공원이 다름 아닌 이곳에 조성된 걸까요?
사실 이곳이 자리한 옥포읍 기세리는 그의 부인인 석옥이 여사의 고향입니다. 송해의 처가가 있던 곳이죠. 이 때문에 실향민이었던 그는 처가가 있던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래곤 했습니다. 이미 생전 묫자리까지 옥연지 인근에 마련해 둔 채로 말이죠.
이런 인연으로 조성된 '옥연지 송해공원'은 당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방송인 송해의 사연과 특유의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곳으로 개장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곳 출신인 석옥이 여사가 2018년 별세한 후, 송해마저 2022년 세상을 떠나 이곳 인근 묘소에 나란히 안장되면서부터는 송해를 추모하기 위해 찾는 장소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공원 한편에 마련된 '송해기념관'에서는 그가 기증한 유물들과 생전 활동들도 살펴볼 수 있게 했죠.
이런 이유로 이곳은 누군가에겐 또 다른 고향이자, 누군가에겐 추모와 기억의 장소가 되기도, 또 누군가에겐 일상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말이죠. 여행과 일상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모두의 기억이 함께 만나는 특별한 곳이 바로 '옥연지 송해공원'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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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옥연지를 따라 조성된 옥연지 송해공원. |
◆추억의 관광지에서 이제는 '사문진'으로
그런가 하면 '달성문화도시'에서는 한때 많은 인기를 누렸던 '추억'의 관광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대구를 대표하는 유원지였던 '화원유원지'가 그 주인공이죠. '화원동산'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당시 수영장과 동물원 등의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돼 가족 단위뿐 아니라, 야유회나 소풍 장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유원지'보다는 '공원'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은 이곳이 또 다른 모습의 '관광지'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특별한 장소 때문이죠. 바로 '사문진나루터'입니다. 사실 '사문진나루터'는 과거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물류의 중심지로도 알려졌지만, 특히 1900년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텀 부부가 '피아노'를 들여온 곳으로 더 유명합니다. 다름 아닌, 그 피아노가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였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근대 서양음악 발전의 중요한 첫발이 시작된, 특별한 장소가 바로 이곳 '사문진나루터'인 셈이죠.
여기에 현재는 이런 나루터 외에도, 과거 나루터의 풍취를 그대로 전하고자 조성한 '사문진주막촌', 또 이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축제인 '달성 100대 피아노'가 열리는 '상설야외공연장' 그리고 곳곳마다 위치한 안내 조형물 등의 다양한 시설들까지 더해지면서 어느덧 이 일대는 '화원유원지'라는 추억으로부터, '사문진'이라는 또 다른 관광지로 새롭게 변모하는 중입니다.
◆올가을 사문진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오페라
한편 이곳은 '일몰 맛집'으로 불릴 만큼, 석양 무렵의 풍경이 뛰어난 곳으로도 꼽힙니다. 일상적인 휴식처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죠. '역사'와 '관광'뿐 아니라, 이렇게 일상의 풍경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곳 '사문진'이 가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일까요? 오는 10월5일 이곳에서는 '사문진'의 이러한 특징을 담아낸 특별한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바로 파크 오페라 '사문진-피아노,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음악감독 구본광, 작곡 진주백, 극작 조두진 등의 제작진이 참여한 이 작품은 지역에서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야외 오페라'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사문진'의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장엄한 '오페라'가 펼쳐지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파크 오페라'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통해 공연과 더불어 '야외 축제'까지 준비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곳의 역사를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피아노가 사문진에 유입된 역사와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결합한 이 작품은 특히 실제 역사가 펼쳐진 장소인 이곳에서 그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특별한 형태로 꾸며지는 오페라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바로 '시민 참여형 오페라'라는 형태죠. 전문 성악가들의 무대와는 또 다른, 시민들이 참여한 새로운 오페라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이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공연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현규 연출가 역시 이런 점들을 눈여겨봐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의 역사와 또 실제 현장과 거기에 이곳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오페라가 왜 '종합예술의 꽃'이라고 불리는지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죠.
올가을 이곳에서 펼쳐질 오페라 작품에는 역사와 여행, 일상이 공존하는 이곳 '사문진'의 특징이 그대로 담길 예정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특징은 이곳뿐 아니라, '달성문화도시'의 관광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기도 하죠. 여행을 즐기는 관광지를 넘어, 주민들의 일상과 여가가 함께하는 그런 모습 말이죠. 그런 모습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 어쩌면 그건 오늘날 우리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요? '달성문화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모습들처럼 말이죠.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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