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 이룩의 주역…100년 기업 향하는 향토기업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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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2 20:00  |  수정 2024-08-23 07:17  |  발행일 2024-08-23
대구 경제 이룩의 주역…100년 기업 향하는 향토기업들
케이케이 본사, 대동 본사, 대구텍 전경
대구 경제 이룩의 주역…100년 기업 향하는 향토기업들
향토기업 30개사 표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는 매년 '대구 3030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창업한 지 30년 이상 장수기업, 종사자 수 30인 이상인 기업 중 매년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향토기업을 예우하는 차원에서다. 그만큼 기업이 업력 30년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구에도 창업 30주년을 넘어 50주년, 70주년이 넘은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대구의 기업자산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대구 향토기업 5곳, 올해 70주년 맞아
1954년 설립 이래 자동차 부품 생산에 전력해온 에스엘<주>은 전 세계 공장 27개, 임직원 4천705명(2023년 기준)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2조5천442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젠 '연 매출 5조원'을 바라본다. 영업이익은 2천866억원으로 전년 동기(2천379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에스엘의 주력 제품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램프다. 이 분야 기술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대비 6%(815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R&D)비를 투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추진 중인 '센서 통합형 램프 시스템 개발' 과제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래 모빌리티인 자율차 시대에 대비해 라이다 센서를 램프 속으로 내재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소주 원료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주정 제조 전문기업 풍국주정공업<주> 역시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정업계가 전국 10개사로 통폐합(1974년)되고, 판매 창구까지 단일화(1982년)되면서 안정적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소주 소비가 줄고, 원료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풍국주정은 미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 사업이 고순도 에탄올 생산이다. 고체연료, 반도체 세정제·감광제 등 수요처가 커지고 있어 잠재력이 충분하다. 자회사 에스디지를 통해 수소·아세틸렌 등으로 사업범위도 확장하고 있다.

초경합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신생공업<주>은 1954년 톱기계 제조 전문 신생공업사로 출발했다. 1976년에 현재의 법인으로 전환했다. 40여가지 재종을 다루며 절삭공구, 내마모, 반도체 금형용 소재 등 다양한 제품군을 구비하고 있다. 경주, 부산, 포항에 지점을 둔 '코모도 호텔'을 계열사로 두는 등 호텔업에도 뛰어들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주철관, 주물을 다루는 영남주물공업<주>과 시내버스 운송업을 하는 광남자동차<주>도 7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영남주물은 순수민족자본으로 설립됐고, 과거 대구상의 회장을 지내기도 한 고(故) 강재조 회장이 역사를 이었다. 광남자동차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회사로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업력을 가진다.

◆'100년 기업' 향해 나아가는 대구기업
대구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기업은 케이케이<주>다. 현재 사명으로 바뀌기 전에는 경북광유로 불렸다. 1927년 창업해 올해로 97년째다. 석유류 전문판매업체인 케이케이는 최근 이인호 부회장이 '4세 경영' 시대를 열며 주목받았다. 100년 기업에 바짝 다가선 케이케이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대표적인게 바로 호텔 사업이다. 호텔신라<주>와 손잡고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현 케이케이 본사 자리를 허물어 프리미엄급 호텔을 짓기로 했다. 본사는 서문시장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다. 케이케이가 2029년 성공적으로 호텔을 건립하면 새로운 100년 역사를 활짝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아세아텍과 대동<주>도 대구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두 기업 모두 농기계 전문기업이지만 지향점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아세아텍은 농업용 기기 제조에서 벗어나 비행 장치 정비 수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동의 경우, 농기계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고도화·첨단화하는데 의욕을 보인다. 2021년 '미래농업 리딩 글로벌 기업'이란 새 비전을 선포했다. 단순 기계 제조에서 벗어나 스마트 농업과 친환경 에너지, 농업 기술 혁신에 도전장을 냈다. 농기계 제작에서도 자율화 등 농업의 미래상을 반영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체들의 역사도 흥미롭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창업한 삼성상회에서 팔던 '별표국수'의 명맥을 잇고 있는 <주>풍국면도 100주년을 바라본다. 오롯이 면 하나에 집중한 풍국면은 1933년 설립돼 대구에서 업력으론 세 번째 긴 기업이다.

장류를 제조해 판매해온 삼화식품<주>의 경우 1953년 창업했다. 2022년 '아라치'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론칭했다. 올해는 선풍적 인기를 끈 디저트 프랜차이즈 '요아정'을 인수해 또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전국에서 유일한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1944년 설립), 전신인 대한중석이 처음 광산을 발견한 19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00년을 훌쩍 넘긴 외국인투자기업 '대구텍'도 대구의 향토장수기업으로서 지역 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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