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공의 이탈 속출…추석 앞두고 대구 상급종합병원 '셧다운' 우려

  • 강승규
  • |
  • 입력 2024-08-26  |  수정 2024-08-26 08:45  |  발행일 2024-08-26 제3면
응급실,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대응, 과부하 상태 심화

의료진 추가 이탈시 의료 붕괴 가능성 매우 커

'응급실 뺑뺑이' 우려 속 대구 시민들 불안감 증폭
응급의학과 전공의 이탈 속출…추석 앞두고 대구 상급종합병원 셧다운 우려
대구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응급실로 병상을 옮기고 있다.<영남일보 DB>

응급실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새벽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에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뇌경색, 교통사고, 급성 통증 등 각자의 사연을 안고 찾아온 환자들. 의료진은 지친 얼굴로도 빠르게 움직이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환자 급증과 인력 부족은 응급실 상황을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 전국적으로도 응급실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구의 병원들 역시 비슷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결정은 그 절박함을 보여준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매일 싸우는 이곳의 의료진들에겐 매일 밤이 끝나지 않는 전투다.

◆대구 상급종합병원, '셧다운' 우려


대구지역 응급실 곳곳에선 분주한 발걸음과 긴박한 지시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들은 쉼 없이 움직이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피로가 역력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야간 응급실은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과부하 상태에 놓였고,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쳐 있었다. 언제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처럼 다가오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쉬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그들의 피로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의료 장비의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응급의료진들은 긴박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국적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들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의료진 부족과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과중한 업무, 야간 당직 의사들의 피로 누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대구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응급실이 과부하 상태에 놓이면서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 운영이 연쇄적으로 중단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2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은 모두 응급의학과 인력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야간 근무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피로가 극심한 상태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올 상반기만 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이 돌아가며 야간 당직을 섰지만, 현재는 7명으로 2명 줄었다. 얼마 전 이들 전문의 2명이 병가와 휴직을 낸 탓이다.

영남대병원은 9명이다. 이 중 1명은 이달 31일자로 퇴직한다. 당직은 6명이 선다. 계명대 동산병원 9명, 칠곡경북대병원 6명, 대구가톨릭대병원 5명인데 앞으로 인력 상황이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추가로 의료진이 병가나 휴직을 낼 경우, 응급실 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이탈 속출…추석 앞두고 대구 상급종합병원 셧다운 우려

◆의료 공백 현실화하나

 

의료계는 대구에서도 '응급실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지난 14일 하루 동안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는데 대구 지역 병원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부족하고, 기존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한계에 달한 상태에서 응급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지역 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충북대병원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 A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의 인력 부족 상황이 계속된다면 특정 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며 "야간 당직 의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응급실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은 언제든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을 낳고 있다. 김인병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이미 대부분 응급실이 기존 환자 위주로 운영되고, 신규 환자나 전원 환자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9월 코로나19 환자 정점과 추석 연휴가 겹쳐 응급실이 연쇄적으로 셧다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구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달성군 다사읍에 사는 50대 직장인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믿고 갈 수 있는 응급실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특히 야간에는 어떤 병원이 운영 중인지조차 알 수 없어 더 불안하다"고 했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들은 응급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의료진 충원과 피로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한 지원 없이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한시가 급하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가결


엎친 데 덮친 상황이 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1%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이번 투표에는 61개 사업장 소속 조합원 총 2만9천705명 중 2만4천257명(81.66%)이 참여했고 이 중 2만2천101명(91.11%)이 찬성표를 던졌다.

보건의료노조는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은 6개월 이상 지속한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인력 소모로 버텨온 조합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신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 의료 근절 및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로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으며, 15일간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정이 실패할 경우, 노조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