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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작성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경영진단보고서 중 일부. 결론으로 패션연 존속가능성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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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패션연 4층에 조성된 얼라이브스튜디오. 지역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카달로그 및 라이브커머스 방송 촬영 등을 지원한 시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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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연 4층에 조성된 화상회의시스템. 업체들이 해외 바이어 등과 화상회의를 지원한 시설로 스마트 전자칠판과 터치 모니터의 최신형 시설로 꾸며져 있다. |
대구 동구 봉무동에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의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이미 패션연의 '기관 해산'을 결론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패션연 '경영진단보고서'에 '내구연한이 끝난 장비로는 연구원 설립목적 달성의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존속가능성 판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게 의혹제기의 단초로 작용했다. 패션연 측은 "기관 통합 등에 대한 노력없이 지난해 이미 패션연 해산을 잠정 결론을 내린 뒤 해산 수순으로 지난 4월 임시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를 열면서 요식행위를 하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6일 영남일보가 단독 입수한 산업부의 패션연 경영진단보고서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등의 개최를 통해 존속가능성 판단 및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부문이 명시돼 있다. 사실상 해산을 권고한 셈이다.
이 보고서는 산업부 의뢰로 우리회계법인이 작성해 지난해 12월22일 보고됐다.
보고서는 존속가능성 판단의 근거로, 장비부분을 거론했다. 패션연의 시설장치는 제단기, 직물 디자인프리마,스캐너 등 수탁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자산이다. 대부분 장비는 2005년 이전 취득해 내용연수 5년간 감가상각을 통해 전액 비용화됐다고 밝혔다. 또 보유 장치 및 비품 노후화로 사용 여부가 의심스러워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고 진단했다. 2005년 이전 취득 장비는 6억2천800만원이고 그 이후는 7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패션연은 고정자산 대부분은 2005년 이후 취득한 자산이고, 2010년 본원 건물 준공 이후에 연구장비 대부분을 구입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본원 4층에 마련된 얼라이브스튜디오 관련 장비는 2021년 취득됐다. 패션센터에 마련된 3D영상장비도 2021년 구입했다. 봉제장비는 공정첨단화사업이 시작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취득됐다는 게 패션연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15일 산업부와 이사회 이사들은 패션연 시찰에서 '봉제장비가 많고 훌륭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인사 시스템 붕괴도 해산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2019년 전임 원장 사임 후 후임 원장이 선임되지 않고, 원장직무대행을 맡을 사람도 없어 결재권자 및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사시스템이 붕괴돼 연구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패션연은 원장 선임은 이사회와 같은 경영진의 몫인 만큼 인사시스템 붕괴 책임은 관리·감독권한이 있는 산업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2022년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이사회도 열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기관이 운영되지 않아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도 "장비 등에 대한 판단은 제공받은 자료에 의한 것으로 (패션연 운영 여부엔) 지엽적인 부분이다. 향후 계획은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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