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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에서 새롭게 지정한 명예도로 '박태준 길' 위치도. 달서구 제공 |
달서구는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입구부터 월곡네거리까지 월곡로(1.2㎞)를 '박태준 길'(명예 도로명)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달서구에서 명예 도로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곡가 박태준(1900~1986년)은 대구 중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구에서 지냈다. 그는 한국 최초의 가곡인 '동무 생각',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둔 동요 '오빠 생각', '제헌절 노래' 등을 작곡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며 합창 지휘를 배운 그는 1945년 한국 오라토리오 합창단을 창단한 후 1973년까지 지휘하며 국내 합창 음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구 출신인 박태준이 달서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0년부터였다. 당시 달서구는 도원동 일대에 월광수변공원을 개장하면서 작곡가 박태준의 흉상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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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미국 우스터대학에서 찍은 박태준의 사진. <영남일보 DB> |
지난 2011년 대구에서 박태준 기념사업회가 설립된 후부터는 사업회 주관으로 월광수변공원에서 기념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월광수변공원 일원에선 상시로 박태준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박태준은 공과(功過)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박태준은 일제의 징병 독려 가요인 '지원병장행가'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친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박태준이 과거 일제에 저항하다 부산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일제강점기의 애환이 담긴 노래를 다수 작곡한 점을 들어 그의 공적을 널리 알릴 가치가 충분하다고 달서구는 판단했다.
박태준 길의 명예도로명은 앞으로 5년간 유지된다. 명예도로명은 사회적 공헌도·공익성·상징성 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5년간 지정할 수 있다.
달서구는 이번 명예도로명 지정으로 박태준의 공적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박태준 기념 사업회와 함께하는 음악회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달서구 관계자는 "박태준 선생은 국내 음악계에 큰 공적을 쌓았음에도 대구에 그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며 "이를 계기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월광수변공원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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