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실수로 수도 요금 폭탄을 맞자 가짜 서류를 만들어 비용을 감면받으려 한 50대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구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윤)는 공전자기록등위작,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포항시 공무원 A(5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선고를 유예했다고 6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자신의 실수로 수도 요금 2천여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공사 시공업체 때문에 누수가 생겨 많은 사용료가 부과됐다는 내용으로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통해 수도 요금 1천여만 원을 감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형산강변 신부조장터공원 및 뱃길복원사업 준공을 앞둔 시점에서 경북도의회 의원들의 현장 방문 당시 공원 수경시설을 가동했다가 실수로 수도 밸브를 잠그지 않았다.
그는 같은 해 11월 수도검침원으로부터 계량기 숫자가 많이 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로 2천여만 원에 달하는 요금이 부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납부할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누수가 원인일 경우 수도 요금을 50%까지 감면할 수 있다'는 포항시 조례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공무원 4명과 공모해 시공업체 누수 수산 확인서와 공사 현장 사진 파일이 담긴 '상수도 누수 감면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했지만, 포항시의 내부 감사를 통해 결국 덜미가 잡혔다.
당시 1심 재판부(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는 "시청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이 공전자기록을 위작한 범행은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A씨와 함께 기소된 공무원 4명에게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A씨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고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수도 요금을 납부할 예산을 마련하는 게 어렵게 되자 관계자들과 해결 방안을 논의하다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돼 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또 이 사건 전자문서를 상수도 요금 감면 신청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며, 수사단계에서 공범들과 함께 감면받은 상수도 요금을 전액 변제했다"며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점, 포항시장과 동료 공무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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