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한-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국이 지난 1949년 수교 이래 양국 간 공식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 관계 격상에 따라 전방위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번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선적으로는 필리핀 원전의 우리 기업 참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공동언론발표에 앞서 두 정상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바탄 원전은 1986년 완공 직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으나,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바탄 원전 가동을 추진하기로 하고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또한 양국은 경제협력을 한층 활성화해 양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실질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시켜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면서 "양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여 추진하기로 했다"고도 소개했다.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달러 상당으로 대형 개발 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양 정상은 북핵·남중국해 문제 등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저는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그리고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 저와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