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8개 업태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 |
올해 상반기 내수 소비가 20여년 만에 가장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의 실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신용카드 대란'으로 소비자 지갑이 닫혔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고물가·고금리가 너무 오래 지속한 탓에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일 발표한 '최근 소매 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에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다루는 2천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한 값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 재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 증가율이 음의 값이면 실질 소비의 양이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는 2003년(-2.4% )이후 가장 낮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5.5%에서 2022년 1.2%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0.8%, 올해 -2.4%로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20년부터 국내 실질 소비 둔화세가 두드러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비 둔화 이유로는 물가 상승을 꼽았다. 물가 상승세를 반영한 경상지수를 기준으로 한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0.3% 상승에 그쳤다.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전년과 비교해 2021년 8.1%, 2022년 7.1%로 7∼8%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이 누적되면서 작년엔 2.2%로 내려갔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떨어졌다.
소매판매액지수(경상) 증감률은 품목별로 편차가 컸다. 작년 대비 상승한 품목은 난방기기·전동 공구 등 기타 내구재(10.3%), 가구(8.7%), 의약품(5.1%), 음식료품(2.2%) 등이다. 반면 승용차 (-8.1%), 오락·취미·경기 용품 (-5.3%), 침구류·주방용품 등 기타 준내구재(-3.6%)는 감소했다.
업태별로는 면세점에서 13.6%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5년 전(2019년)과 비교하면 이 마저도 36.5% 줄어든 수준이다. 5년 전과 비교한 누적 증가율은 무점포 소매(67.9%), 백화점(35.3%),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30.0%)에서 두드러졌다. 면세점(-36.5%)은 감소 폭이 컸다.
경총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기준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윤정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