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6000을 바란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10/2024101501000473200017901.jpg)
반려동물인구 1천500만 시대다. 반려견 사료 판매량이 아기 분유·이유식을 추월하고 대구경북에도 반려동물놀이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는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이 고스란히 반영된 최근 소비추세 변화로 풀이된다. 개모차 등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9년 0.92명에서 계속 낮아져 2023년엔 0.72명에 그쳤다. 1970년 4.53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정부가 최근 20년 동안 280조원이 넘는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에 투입했음에도 인구 위기는 더 악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최저의 출산율 등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고, '결혼=출산'이라는 인식도 구시대적 사고가 됐다. 저출산문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노동력 부족, 경제 성장의 둔화,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 부담 증가 등과 직결된다.
이런 와중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은 '아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웃돌았다. 2016년 8.7%에 불과했던 남성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올해 32.3%를 기록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한 긍정적 신호다. 이만이 아니다. 출산율과 직접적 관련 있는 혼인 건수도 올해 2분기 큰 폭 증가했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17% 늘었다. 개모차가 아닌 유모차, 개사료가 아닌 분유 판매량이 늘어나 유아용품점이 북적이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혼인 건수 증가가 반짝 상승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사회 전반의 변화가 절실하다. 예전보다 양성평등의 육아문화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게 육아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저귀 갈이대 없는 남성 화장실, '엄마'란 단어가 가득한 육아용품점 등이 넘쳐난다. 즐비한 노키즈 카페 등 아이를 데리고 갈 때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곳도 많다.
이젠 아내가 집사람이 아니라 남편도 집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사회에 진출해 역량을 발휘하는 워킹맘이 많다. 육아를 포함해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생과 전쟁'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북도는 저출생과 전쟁에서 승리 해법으로 '공동체 회복'을 꼽고 공동체가 아이를 함께 돌보는 'K보듬 6000'을 추진한다. 6000은 '1년 365일 24시간 아이를 보호하고 감싼다'는 의미로 '육아천국'의 축약어다. 경북도는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완전돌봄시설을 올해 경산을 시작으로 7개 시·군에 53개를 개소한다. 기대가 크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이 아닌 전 나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6000의 나비효과를 바란다.
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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