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진출 대구 감독 2명 "방치된 아이들·서툰 사랑,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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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16  |  수정 2024-10-16 17:52  |  발행일 2024-10-16 제19면
아시아영화 경쟁부문 초청 최종룡·백승빈 감독 인터뷰

지난 11일 폐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많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장편제작지원작인 '수연의 선율'(최종룡 감독)과 '아이 엠 러브'(백승빈 감독)도 다른 종류의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전하고 있었다. 두 편 모두 아시아영화 경쟁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특히 최종룡 감독의 '수연의 선율'은 '뉴 커런츠' 섹션에서 초록뱀미디어상, CGK촬영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폐막 하루 전인 지난 10일 부산에서 두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부산국제영화제 진출 대구 감독 2명 방치된 아이들·서툰 사랑,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부산국제영화제 2관왕 '수연의 선율' 최종룡 감독
 

"방치된 아이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학대보다 무서운 게 방치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최종룡 감독은 작품 제작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수연의 선율'은 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수연과 선율 두 아이의 생존기를 다양한 감정으로 그린 영화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를 여읜 수연은 방황하다 선율의 가족에게 접근한다. 수연이 선율의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의 화면은 수시로 흔들리고 어딘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최 감독은 "핸드헬드(들고찍기) 기법을 통해 수연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려 했어요. 상황이 안정됐을 땐 카메라를 고정해 찍고, 다시 혼란의 상황을 겪을 땐 핸드헬드 기법을 쓰며 나타냈어요"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모두 대구와 경북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하지만 수연과 선율을 비롯해 일부 인물들은 경상도 방언을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서울에서도, 대구에서도 다른 말씨를 쓰는 사람이 있잖아요. 지역 영화라 해서 그 지역의 사투리만 쓰는 게 오히려 억지스럽다고 판단했어요"라고 했다.

극 중 가장 돋보이는 연출은 물방울에 아이들이 비친 장면이다. 최 감독은 아일랜드 시 '철길가의 아이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비가 그친 후 아이들이 언덕을 올라가는데, 전깃줄에 빗방울이 맺힌 묘사가 있어요. 그 빗방울 안엔 아이들 자신의 모습도 비치고 주변 풍경들도 보여요. 물방울은 작은 것 같이 보여도,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거죠. 아이들이야말로 작지만 아주 많은 감정을 지니고 있어요. 이를 시각화한 것이 이 연출이에요"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진출 대구 감독 2명 방치된 아이들·서툰 사랑,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세련된 필치로 담아낸 광증의 사랑 '아이 엠 러브' 백승빈 감독
 

"친한 친구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더라고요. 사랑이란 게 뭐길래 죽고 싶다고까지 할까 생각하다, 창작자의 기지를 발휘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사랑은 병이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환자이고, 그러면서도 사랑을 하죠. 결국 우리는 환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닌가란 의미를 담았습니다."

'지석' 섹션에 '아이 엠 러브'로 진출한 백승빈 감독은 영화에서 순수하면서도 '광증의 사랑'을 세련된 필치로 그렸다. 주인공 사랑은 자신이 일하는 약국에 매일 들르는 철수를 사랑한다. 하지만 철수는 사랑의 사촌 동생인 종희를 짝사랑한다. 사랑에 서툰 사랑은 '러브'라는 인물이 사랑 때문에 벌인 비극적 사건에 빠져 이를 모방하려 한다.

"죽지 마십시오, 여러분." 영화는 영문학 수업의 노교수의 대사가 끝나고 본격 전개된다. 사랑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를 읽고 영문학을 배우는 등 문학 공부를 이어나간다. 백 감독은 "힘들게 사는데도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인문학을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항상 돈 되는 일만 하면서 살 순 없죠. 이거라도 안 하면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사랑이한텐 그게 문학 공부였던 거죠"라고 했다.

작품은 감각적인 미장센이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대비돼 몰입을 더욱 높인다. 사랑은 '월령지'(가칭)라는 호수에서 사랑을 실현하려 한다. 월령지는 원래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지만 무심코 보면 평화롭고 아름답다. 백 감독은 "처음부터 영화를 예쁘게 찍으려고 했어요. 사랑이 어딘가 뒤틀린 내면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 내면을 어둡게만 표현한다면 너무 기괴해 보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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