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지방2반)의 2024년 국정감사에서 '대구판 돌려차기' 등 대구지·고법의 주요 사건 판결과 관련해 재판부 간 양형 편차 및 양형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날 국감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에 대한 판결의 경우 전형적인 고무줄 양형으로 볼 수 있다. 1심에서 징역 50년이 선고됐고, 2심에서는 징역 27년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대구판 돌려차기는 20대 남성이 원룸에 사는 여성의 집안까지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던 여성의 남자친구에게 흉기까지 휘둘러 중태에 빠트린 사건이다. 대구고법은 지난 5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도 "법원이 신뢰를 잃어버리는 대부분 경우는 형사재판에서의 양형 때문이다. 대구판 돌려차기가 이에 해당하며, 국민의 감정에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 양형이 나왔다고 본다"며 "23년이라는 양형 편차를 메꾸기 위해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양형 이유를 적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정용달 대구고법원장은 "독립된 사법기관인 재판부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구체적 사건에 관한 사법적 판단을 내린 데 대해 법원장이 양형의 부당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양형 조사를 통해 밝혀진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2심에서는 1심의 형이 좀 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양형의 적정성 문제를 두고 국민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양형과 관련된 다양한 해석을 두고 대구지법은 법관의 독립성을 강조했고, 대구고법은 양형 기준의 애매함을 강조했다. 부당한 양형 이유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줄어들 대책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질문했다.
정 고법원장은 "법관들 간 교류를 통해 양형 편차에 관한 의견을 나누던지, 간담회를 갖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겠다. 또 각종 판결 사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대구가정법원의 신변 보호 요청률이 작년에는 전국 50%, 올해 8월까지는 30%였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비중이 높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형태 대구가정법원장은 "가정법원은 주로 예민한 사안을 다루는 게 많아, 다른 곳과 달리 특수성이 짙다. 현 청사에서 동선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안정적인 재판을 위해 선제적으로 권유하다 보니 신변 보호 요청률이 높게 나온 듯 하다"고 답변했다.
국회 법사위는 같은 날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피감기관인 대구고검·지검 등 6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도 벌였다. 이번 국감에서 대구고검·지검은 각 기관장의 '호화관사' 논란과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등의 사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검찰청의 관사 규모가 법원과 행정부처보다 크다. 특히 대구고검장과 대구지검장은 방이 5개에, 70평에 달하는 호화관사를 혼자 사용하고 있다"며 "법원 등 타 기관에서는 국감 자료를 다 제출했지만, 유독 검찰만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권이 비대해지며 발생한 특권으로 인식되고, 검찰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신봉수 대구고검장은 "관사는 검찰청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법무부에서 관리한다. 법무부 규정이 그렇다"며 "관사 또한 규모가 커 보이지만 200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로 일부 신축아파트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고 박 의원의 질문에 선을 그었다.
최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법사위 여·야 의원 간 입장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곽균택 의원이 "최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서 추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현재 기소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또 지연된다고 하면 불필요한 억측이 나올 수 있어 공정하게 수사를 해 달라"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구지검에서 이용민 중령 관련해서 중복으로 압수수색을 했는데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성근 사단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형사법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겠다. 대구지검 수사팀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17일 오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법사위 여·야 의원 간 공방전과 검찰과 야당 의원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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