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위해 상사와 직원들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공무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부(정성욱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공공기관 직원 B(3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언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20일 밝혔다.
B씨는 경북 울진의 A기관 홍보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경영기획실장이던 상사 C씨의 잦은 욕설로 고충을 겪게 되자, C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기 위해 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지난 2021년 12월 사무실에서 C씨가 신입 직원 채용 문제로 징계받은 사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직원 2명과 대화를 나누며 기관장과 본부장 등을 욕설하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이후 B씨는 지난 2022년 1월 C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사팀에 신고했고, C씨의 대화 내용 녹취록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당시 검찰은 C씨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제3자 대화)에 해당하므로, B씨가 C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그 녹취록을 제출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원심에서 나온 배심원 만장일지 '무죄' 평결을 받아들이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대구지법 형사11부)는 "C씨와 대화를 나눈 직원들이 사무실 내 모든 이들이 C씨의 말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비춰 볼 때 C씨가 특정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 국민참여재판 당시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검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했고, 배심원 7명은 증인신문 등 사실 심리의 전 과정에 참여한 후 만장일치 의견으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며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뤄진 추가 증거 조사만으로는 배심원이 참여한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 및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사정이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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