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이민자의 나라'가 되기까지

  •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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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4  |  수정 2024-10-24 07:01  |  발행일 2024-10-24 제22면
이민자의 따뜻한 미소

파키스탄 출신 기사 이야기

캐나다의 이민 정책 현황

이민자 언어 교육 지원 중요

함께 성장하는 다문화 사회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새벽 4시30분. 미리 와 있던 우버 기사가 친절한 미소로 맞는다. 이틀간의 출장이라 큰 짐은 없지만 "내가 할게"하면서 직접 짐을 실어준다. 우리 도시 우버기사의 다수는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어린아이의 아빠일 법한 남자는 파키스탄 출신인데 자국의 경제여건이 매우 안 좋고, 소수 종교민족 출신이라 차별이 심해서 이민을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사연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의 에너지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일하고 있다길래 피곤하지 않냐고 물으니 자기 직업이 화물차 운전사인데 주로 하루에 11~12시간씩 운전한다고, 우버는 그에 비하면 쉬운 일이라고 했다.

이 지역에서 화물차 운전이라 함은 대개 우리 도시에서 몇 시간을 더 가야 하는 아주 작은 마을들로 다니며 물건을 싣고 미국까지 나르는 일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한번 출장 가면 열흘씩 걸리는 그런 일정. 힘든 일이라 자국인 노동력이 부족하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하고 그래서 주정부 지명 이민프로그램 적용 직종이기도 하다. 남자의 회사는 목재를 운반하는데 미국의 서른 여섯 개 주를 가봤다고 했다.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구나 했더니 그래야 한다고, "나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 일해야만 해"라고 했다. 그런 태도는 부모님께 물려받았다고.

오후 3시30분. 이민과 시민권, 난민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정부 부서 이민자 언어정책 담당자들과의 내셔널 포럼 참석차 수도 오타와에 도착했다. 건조한 행정수도일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오타와는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운하도, 고풍스러운 건축물도, 단풍빛깔 고운 자연도. 연방정부에서 일하려면 영어와 프랑스어 이중언어구사력이 필요하기에 사방에서 들리는 프랑스어도 운치를 더한다. 토론토 대학에서 공부할 때 만난 프랑코폰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캐나다인)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가는 길. 영상 20℃가 넘는 그야말로 화창하고 컬러풀하게 상쾌한 가을날이었다. 친구가 일하는 대학은 프랑스어능력이 필요하다보니 교수도 학생들도 흑인들이 많다고 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나 카리브 연안국들 출신의.

다음 날부터 이틀간의 내셔널 포럼. 캐나다의 이민자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세계 제일이라 할 정도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링크 (LINC)라는 약자로 불리는 신규이민자를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language instruction for newcomers to Canada)이 있는데 연방정부 담당자들과 그 프로그램을 각 지역에서 제공하는 실무담당자들, 나를 포함한 몇명의 대학교수들이 서로 다른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성과와 개선 사항 등에 대해 토론한다. 신규 이민자 및 난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은 한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라 열기가 뜨겁다.

돌아오는 길.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로 보이는 택시기사에게 영수증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니 어떻게 하는 줄 모른다며 살피더니 배웠다고 좋아하며 미소지었다. 웃으며 인사하고 내렸다. '이민자의 나라'라는 캐나다의 명성은 단순히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외국인 유치가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여 캐나다 사회에 공헌하는 멤버로 통합,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과 긴 시간 쌓인 그 노력들 덕분이다.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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