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구의 디자이너다' <하>] 로컬에서 글로벌을 꿈꾸는 '할리케이' 김현정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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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4  |  수정 2024-11-04 08:01  |  발행일 2024-11-04 제14면
"伊 소도시 성공 스토리처럼…대구 '친환경 패션' 구심점 되길"

[나는 대구의 디자이너다 ] 로컬에서 글로벌을 꿈꾸는 할리케이 김현정
대구 서구 '할리케이'에서 김현정 디자이너가 자신이 만든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할리케이는 사람과 환경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이탈리아에서 자기 이름을 딴 캐시미어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한 '브루넬로 쿠치넬리'. 지금은 글로벌화 된 로컬(Local) 브랜드의 대명사로 통한다. 브루넬로 본사와 공장은 2001년 작은 시골마을이자 자신의 고향인 '솔로메오'에 세워졌다. 당시 주민 수는 불과 436명이었다. 브루넬로는 이 곳에 도서관, 학교, 극장을 세웠다. 교육을 통해 주민들을 수공예 장인으로 키웠고, 이들 대부분은 브루넬로에서 일한다. 브루넬로의 이 성공 스토리는 대구 패션기업 '할리케이' 김현정(52) 디자이너의 꿈이기도 하다.

할리케이는 사람과 환경, 사람과 사람의 상생을 추구하는 대구 사회적 기업이다. 제로 웨이스트(모든 제품·자재 재사용) 가치 아래 업사이클·리사이클 가방·잡화류를 선보인다. 무신사, 29CM 등 대형 패션플랫폼에 진출했다. 선인장 가죽을 활용한 가방으로 1억2천여만원에 달하는 크라우드 펀딩(대중모금)에도 성공했다.

김현정 디자이너는 "로컬에서 시작한 작은 기업이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소도시 솔로메오가 브루넬로의 아틀리에(작업실)가 됐듯, 대구도 할리케이의 아틀리에로 지속가능한 친환경시장의 구심점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폐기 원단·소재 재활용한 제품
무신사 등 대형 플랫폼에 진출
지역 기관·기업 무관심 아쉬워



커피를 담은 마대자루, 버려진 청바지, 한지·선인장 가죽 등 친환경 소재는 김 대표에게 좋은 패션재료다. 탄성이 많거나 오염이 심해 원단으로 리사이클이 어려운 데님은 분쇄해 펠트소재로 업사이클한다. 지금은 상품성이 없어 폐기되는 참외를 활용한 비건가죽을 만드는 푸드업사이클을 연구 중이다.

그가 기존 원단을 사용하는 '쉬운 길'을 놔두고 친환경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에게 미세먼지나 황사에 뒤덮힌 환경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것.

세 아이의 엄마인 김 대표는 미국 생활을 접고, 2013년 고향 대구에 자리잡았다. 당시 아이들은 미세먼지 탓에 귀국 후 기침이 잦았다. 호흡기 질환도 달고 살았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삶에 영향을 주는 건 '환경'임을 직접 체득했다. 이때 봉제 교육을 받으면서 버려지는 막대한 양의 섬유 폐기물을 직접 본 것은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마침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문을 열면서 공부도 본격화됐다.

할리케이는 대통령 영부인이 해외순방길에서 한지가죽과 커피자루를 업사이클링한 가방을 사용해 전국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 패션기업으로 갖는 현실적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가방 소품류 봉제 생산라인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어, 디자이너,마케터 등 패션 전문 인력을 지역에서 찾는 게 힘들었다. 지역 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업 네트워크가 없는 것도 아쉬웠단다.

이후 할리케이는 대통령실, 외교부,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등으로부터 굿즈 제작을 의뢰받아 각종 행사에 사용될 여권·명함 지갑, 펜케이스 등을 제공했다. 삼성전자, 신세계, 효성TNC, 진에어 등과 협업해 판촉상품도 제작했다. 대기업 및 정부기관들이 지속가능성 가치에 주목한 할리케이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요즘도 한 증권사와 협업 중이다. 증권사는 직원·고객이 입지 않는 청바지를 제공하고, 할리케이는 이를 활용, 홍보 상품을 만드는 중이다. 버려지는 데님을 파우치, 가방, 명함지갑 등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김현정 디자이너는 "섬유가 우리를 아름답게 꾸며주지만 환경적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이 고민을 하면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지역 기업으로, 로컬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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