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X 연구 허브' 중장기·대형 사업 프로젝트도 수행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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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9  |  수정 2024-11-30 14:52  |  발행일 2024-11-29 제3면
혁신시대, 대구산단은 지금〈7〉대구 수성알파시티
글로벌 AX 연구 허브 중장기·대형 사업 프로젝트도 수행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산업단지로의 위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첨단미래산업의 핵심 융합기술인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산업의 중심지로 대구시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기로 방향타를 잡으면서다. 신산업뿐만이 아니다. 지역 전통제조업의 산업 체질 개선에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키(key)도 거머쥐고 있다.

◆포도밭의 기적, 첨단산업 클러스터 태동

수성알파시티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대구스타디움(수성구 대흥동) 인근에 조성됐다. 당시 그 일대는 온통 포도밭과 논이었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고시된 후 최근까지 '수성의료지구'로 묶여 있었다. 2013년 SW융합기술고도화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이 곳에 SW 산업이 태동했다.

현재 수성알파시티 관리기능을 맡고 있는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이 2015년 이 곳으로 옮겨오면서 디지털 산업 육성사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2017년 12월 대구 SW융합기술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대구에 소프트웨어 품질 컨설팅 및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들어선 것이다. 굿 소프트웨어(GS) 인증도 할 수 있다.

그러자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ICT·SW 기업들이 잇따라 사옥을 건립하고, 이에 대구시는 기반시설을 확충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 투자 유치는 기대에 못 미쳤다. 나대지는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역시나 의료시설용지로 묶인 게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았다.

2022년 대구시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또 한번 전환기를 맞는다. 융합기술의 핵심체인 ABB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사업이 시작되자, 투자 전선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의료시설용지에서 지식기반산업시설용지로 바꾸고 개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의료시설 유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났다. 기업연구소, 게임 등 지식기반 산업 외에 로봇, 반도체, 헬스케어 등을 기반으로 한 유치 가능 업종군(群)도 확대했다. 신산업을 담는 확실한 그릇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식기반산업 전환 '신의 한수' 
ABB 인프라 구축, 투자 훈풍
로봇·헬스케어 등 신산업 확장

 국내 최대 ICT·SW 집적단지 
美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유치
역외기업 세제 감면·특례 지원

 디지털 생태계 성장 거점 
SK·삼성 지분투자 기업 진출
국가AI 컴퓨팅센터 건립 유력



◆대구판 판교밸리로 재탄생

현재 수성알파시티엔 디지털 관련 기업 300개가 입주해 있다. 4천500여 명이 일한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ICT·SW 기업 집적단지로 자리 잡았다. 대구판 판교밸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전도유망한 디지털산업밸리가 된 것.

민선 8기가 들어선 2022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총 16개사가 대구시와 1조949억원의 투자 유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2년 8월 대영전자<주>가 총 200억원을 투자, 계열사 통합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기로 한 게 투자유치의 출발점이었다.

본사가 경기도 성남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주>텔레칩스의 연구소 설립(337억원), AI 기반 자율공장 솔루션 기업 <주>인터엑스 본사 이전(447억원) 등 역외기업들이 이전을 확정했다.

올해 3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뇌 질환 진단·치료 분야 스타트업인 '엘비스'가 AI 기반 뇌 질환 치료 연구센터를 설립한다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175억원을 들여 연구센터를 짓는다.

지난 25일엔 수도권 IT 보안시스템 전문기업 'SGA 그룹'이 수성알파시티에 423억원을 투자해 그룹 계열사의 통합연구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수성알파시티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지난 6월)된 후 첫 투자 유치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에 대규모 투자 촉진을 위해 지자체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세제 감면 및 규제·특례 등을 지원받는다.

◆대한민국이 주목한다

수성알파시티는 조금씩 전국구 산업단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에 선정돼 현재 시범사업(1단계)에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총 126억원이 투입된다. 지역 내 디지털 생태계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경북대·포항공대·계명대·영남대 등 5개 대학 8개 ABB 연구실을 유치해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협업센터가 구축됐다. 47명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입주기업 간 공동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2단계)은 과기부와 대구시가 중장기·대형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다. 정식 명칭은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연구 허브 거점 조성 사업'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국제 공동연구와 산학협력 기반을 조성, '디지털 R&D 허브'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게 주요 목표다. 우수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대형 R&D 과제를 유인책으로 국내외 우수 연구팀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인 SK그룹도 수성알파시티의 성장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심했다. 지난 3월 SK 리츠운용-SKC&C 컨소시엄을 비롯한 6개사가 AI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8천240억원이고, 2027년 완공이 목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구시와 과기부가 공동 추진하는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조성 사업'과 연계한 핵심시설이다.

지난해 9월엔 삼성전자가 지분투자를 한 국내 대표 로봇 전문기업 <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R&D 기능을 담당하는 테크센터를 수성알파시티에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가총액이 3조원에 가깝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력사인 STS로보테크가 수성알파시티에 설립하는 R&D센터(1천40㎡) 내에 테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성알파시티는 최근 또 하나의 왕관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 '국가 AI 컴퓨팅 센터' 유력 후보지로도 손꼽히고 있다. NPU(신경망처리장치),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 국산 AI 반도체를 도입, 특화 HW·SW대 기술 개발 및 적용 등을 통해 국내 AI 컴퓨팅 생태계 육성의 핵심 거점이 되는 셈이다. 수성알파시티의 새로운 성장을 정부도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관계자는 "혁신지구 조성지원 사업으로 마련된 인적·물적 인프라를 토대로 글로벌 수준의 'AX(인공지능 전환) R&D 허브'가 수성알파시티에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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