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첫눈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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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9  |  수정 2024-11-29 07:07  |  발행일 2024-11-29 제26면

지난 27일 서울에 20㎝가량의 폭설이 내리면서 올해 '첫눈'이 찾아왔다.

27일 오후 1시, SNS에 들어가 보면 학업이나 직장을 위해 서울에서 지내는 친구들이 올린 눈이 내리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대구는 얼굴이 아릿할 정도로 춥긴 했지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렀다. 눈발이 날렸다고는 하나 눈인지 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나라인데도 날씨가 너무 극명하게 다르니 꼭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대구에서만 눈이 내리지 않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공개한 '대구 지점 계절별 눈 일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대구에서 겨울에 눈이 내린 건 평균 7.2일이다. 서울에서 최근 10년간 겨울에 평균 21.3일 동안 눈이 내린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수치다. 여기서 말하는 겨울은 12월부터 그다음 해 2월 사이다.

대구에 눈이 자주 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이 눈 구름과 겨울철 북서풍을 대부분 막고 소멸시키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우측에 위치한 대구지역은 눈이 적게 내린다고 한다. 북부와 남부지역은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로 이뤄져 있고, 동쪽과 서쪽은 비교적 개방된 분지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여름엔 몹시 덥고 겨울엔 눈이 적게 내린다는 것이다.

대구는 이처럼 눈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적은 양의 눈이라 할지라도 일단 쌓일 정도가 되면 허둥지둥하게 된다. 기자가 중학교 3학년이던 2012년 겨울 유독 눈이 많이 내렸던 날이 있었다. 그날은 방학식을 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등굣길에 버스가 오르막길을 오르지 못해 중간에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켰다. 교칙 상 휴대폰을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에 사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주변에 있던 다른 승객에게 휴대폰을 빌려 어머니께 학교에 대신 상황설명을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로는 갈 수 없는 위치였던 터라 버스를 이용해서 등교를 했는데, 20분 정도면 갈 거리를 거의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신발이 모두 젖어 발이 꽁꽁 언 채로 학교에 도착하니 방학식이 거의 다 끝나있었다.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뽀드득거리는 눈을 원 없이 밟아 그저 좋기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대구에서는 펑펑 내리는 눈을 보기 어렵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유독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는 대구에서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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