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으로 보는 달라진 군대상…과거 강압적 분위기보다 'MZ 계엄군 태업' 눈길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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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5  |  수정 2024-12-06 07:25  |  발행일 2024-12-06 제3면
미디어 의식하고 소신껏 행동하는 분위기 늘어나

적은 병력·임무 전달 미흡도 계엄령 저지 일조해

"45년 동안 군대 변화해, 미디어도 의식했을 것"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으로 보는 달라진 군대상…과거 강압적 분위기보다 MZ 계엄군 태업 눈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으로 보는 달라진 군대상…과거 강압적 분위기보다 MZ 계엄군 태업 눈길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페이스북 캡쳐.

비상 계엄령 선포로 대한민국 민심을 뿌리째 뒤흔든 1980년 '5·18 사태'와 2024년 '12·3 사태'.
45년 간극 사이 사회적 분위기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1980년 5월 18일은 계엄군과 광주시민의 대치 끝에 군인들의 강압 속에서 사상 초유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참사로 기억된다.


반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벌어진 계엄군과 정치인·시민 등의 대치는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위압적인 계엄군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시대가 흐르면서 군대 상(像)이 변화했다는 걸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3일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국회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의 다소 회의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당일 국회 등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제1호가 발동됐다. 하지만 MZ세대(1981~2010년 출생)로 이뤄진 계엄군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명령과 복종으로 대표되던 예전 군대 문화와 많이 달랐다는 점과 연관있다.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의식하고 각자 소신대로 행동하는 군 문화가 작용된 결과로 보인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후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 제707특수임무단, 수도방위사령부 제35 특수임무대대 등 280여 명은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됐다. 포고령 제1호에 따라 계엄군에 하달된 첫 임무는 국회 봉쇄였던 것이다.

하지만, 4일 새벽 국회의원 190명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안건을 가결하면서 계엄령은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다.


계엄군의 첫 임무가 손쉽게 실패한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회를 봉쇄하기엔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이 투입됐다. 통상 1개 대대 병력보다 적은 병력이 동원된 것. 전차 등 기갑대를 동원하지 않고 버스·헬리콥터 등만 이용해 조용히 국회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 후 임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계엄군이 '우왕좌왕'했다는 시각도 적잖다.

계엄군이 '계엄령 선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태업'을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명령을 따르면서도 계엄의 당위성에 의문을 품고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

당시 매스컴에 비춰진 계엄군의 모습은 창문을 깨부수고 국회에 진입을 시도하면서도, 시민과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회에 모인 정치인, 시민과의 몸싸움이 과격해질 때마다 "하지마, 뒤로 와!"라고 외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아울러 국회의원이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상황도 애써 제지하지 않았다. SNS에는 한 계엄군이 철수하던 중 기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일파만파 퍼지기도 했다.계엄군의 달라진 모습에 각계각층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비상계엄 상황을 지켜본 육군 중위 출신 김모(27)씨는 "영화 '서울의 봄'이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등으로 군의 정치 개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 지 젊은 세대도 간접적으로 깨달았을 것"이라며 "그 영향으로 잘못된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에 대해 반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발전도 군 조직 내부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1980년대 군대와 2024년의 군대는 완전 다르다. 예전엔 명령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따랐지만, 요즘은 교육 수준도 높아 함부로 폭행 등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며 "당시 현장에 수많은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됐던 상황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 조직 내에서도 폭력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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