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2명의 특별한 변신이 눈길을 끈다. '가수는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다'는 고정관념서 벗어나 OTT와 영화관 등에서 팬들과 조우했다. 이 같은 작업이 가수 개인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는 것은 물론 무대에서 전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팬들에게 전할 수 있어 감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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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25주년 콘서트필름:여행'의 한 장면. <롯데컬처웍스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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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가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필름을 공개했다. 기자시사회장에 참석해 소회를 발표하는 김범수. /김은경 기자. |
◇콘서트영화로 돌아온 김범수
11일 개봉한 '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은 가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영화다. 무대에서 팬들과 호흡하며 걸어온 그가 지난 여정과 음악에 대한 변치않는 애정을 담았다.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이번 영화는 배우 이병헌이 내레이션에 참여했으며, 특수 XR기법을 도입해 생생함을 더했다. 롯데시네마는 영화 개봉에 앞서 포토존과 브랜드관 등을 오픈했으며, 영화인 김범수가 팬들과 만나는 무대인사와 특별 이벤트, 명품 라이브 등도 준비했다. 콘서트 영화를 일반에 첫 공개하는 기자시사회에 참석한 김범수는 난생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 만큼 낯설고 부끄러워 하는 한편으로 기대와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첫 영화가 개봉에 앞서 소감은?
"개인적으로 평소 영상이든, 음원이든, 제 작품의 모니터 하는 것을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영화를 보니 제 얼굴이 집채 만하게 나와요. 제 얼굴을 스크린으로 마주보고 있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너무 두렵고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영상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소개된 사연을 보면서 나중에는 제얼굴 보다는 사연자의 이야기가 먼저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어요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뛰쳐나가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이야기와 내 노래가 켜켜이 쌓여 만든 흔적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덜 민망했던 것 같아요."
▷지난 25년간 뮤지션으로 잘 버틴 스스로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는 제 자신에게 매우 인색한 편입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도 제 자신을 칭찬하는 경우가 없었던 듯 합니다. 올해 활동하면서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작은 것에도 칭찬해주는 습관이 들었다는 거에요. 영화를 만든 제게 25년간 잘 살았고, 올 한해 열심히 살았다며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 중간중간에 감정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에 도전한 것인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황정민 배우가 했던 수상소감 중에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는 말이 기억 나는데요. 그 말을 들으면서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공감합니다. 저는 한 것이 없는데, 감독님들이 제가 굉장히 풍부하게 감정연기를 한 것처럼 만들어줬어요. 과정은 민망했지만 결과는 잘 나온 것 같아서 두 분의 감독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이병헌 배우가 내레이션을 하면서 영화가 더욱 풍부해졌다. 이 배우가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오래전 이병헌 배우가 결혼식 할 때 제가 축가를 불러드렸어요. 소속사 대표님 결혼식 때도 축가를 해드렸지요. 상부상조의 품앗이라고 할까요.(웃음) 영화에서 형님 내레이션 부분이 제 오래된 팬분의 사연이에요. 팬 분의 투병과 치유, 재발이라는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이 사연을 정말 깊이있는 목소리로 진심을 다해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구요. 제가 안부도 전할 겸 병헌 형님께 전화를 드려서 영화에 대한 소개를 드렸더니 형님이 흔쾌히 들어주셨죠."
▷영화를 직접 관람한 소회를 얘기한다면?
"감독님과 제작스탭 등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에요. 병헌 형님의 목소리도 좋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분들의 사연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그 중에는 제 사연도 하나 있어요. 제가 갑작스런 목 이상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하지 못하고, 내려와 5년간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인데요. 긴 슬럼프를 극복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제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장면 장면에서 말 못할 울림과 가슴 울컥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위로받고, 힘든 시기를 지나가는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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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의 음악감독을 맡아 강렬하고 소프트란 록을 담아낸 YB윤도현 <디컴퍼니 제공> |
◇럭비 예능프로 음악감독 윤도현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럭비 선수들의 진검승부를 다룬 작품이다. 승부욕을 불태우는 럭비 선수들의 불굴의 투지와 뜨거운 열정,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 감동의 스토리를 그렸다. '최강야구'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남성들의 굵직한 매력을 그려온 장시원 PD와 '피지컬 100'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으로 K-서바이벌 예능선풍을 일으킨 넷플릭스가 손잡았다. 특히 이 작품은 YB윤도현이 음악감독을 맡아 한국에서는 생소한 럭비를 한편의 감동드라마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윤도현은 작업에 임하기에 앞서 7개 팀 선수들의 인터뷰를 꼼꼼히 살펴볼 정도로 작품에 열정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윤도현은 "'최강럭비:죽거나 승리하거나'는 스포츠 그 이상의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며,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열정과 희생, 감동적인 팀워크, 뜨거운 투지와 에너지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작업소회를 전했다.
▷평소 무대를 통해 주로 팬들과 호흡해왔다. 이번에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럭비를 소재로 한 서바이벌 예능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창작음악인으로서 음악감독이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공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물이 잘 나올지, 주어진 시간내에 창작이 가능할지 등등 많은 걱적이 제안을 받고도 꽤 오래 망설이게 했다.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당시 YB의 메탈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이 장르적으로 메탈과 연결성이 있는 음악들로 꾸며달라는 요청을 해 흥미로웠다. 그런 이유에서 작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이었고, 좋은 기회를 주신 제작진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작업을 하기 전에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꼼꼼히 챙기며 충실한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무엇을 담고 싶었나?
"영상을 보면서 스포츠 그 이상의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이번 작업에서 주목한 부분은 선수들 한명 한명의 열정과 희생, 감동적인 팀워크였다. 투혼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모습에서영감을 얻었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7개 팀의 스토리 역시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우선 각 팀의 테마를 차별화하고, 그 속에서 선수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구성했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럭비를 지속하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면서 기둥 줄거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개월여 동안 17곡을 만들었다. 럭비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이 크고, 작품이 주는 임팩트가 강렬해서 작곡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윤도현이 음악으로 해석한 선수들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음악적으로 좀 더 보풍해 설명해달라.
"강한 록 사운드에서 소프트한 분위기의 곡까지 장면장면마다 다채롭게 입혔다. 예를 들면 메인 타이틀곡인 '끝과 끝'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선수들의 의지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럭비의 투혼을 메시지로 담았는데, 하이브리드 메탈의 강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또 경기장면에서는 파워풀한 역동성을 구사하기 위해 록과 메탈을 사용했고, 엔딩장면에 나오는 'Ordinary Hero'는 럭비 선수들의 열정, 모두가 영웅이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브리티시 록이다."
▷이번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전세계 190여개국, 넷 플릭스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다고 하니 설레고 기대된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럭비가 정말 파워풀한 스포츠라는 것이다. 뼈와 뼈가 부딪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나가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묘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음악인 윤도현의 입장에서도 럭비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특별했다. 한국 럭비의 열정, 나아가 한국 록 음악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기대감이 크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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