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무원 점심 휴무제' 달서구 이곡2동 행복센터서 시범운영 첫날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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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0  |  수정 2024-12-10 15:25  |  발행일 2024-12-10 제8면
낮 12시 민원실 찾은 일부 시민 헛걸음

대구 공무원 점심 휴무제 달서구 이곡2동 행복센터서 시범운영 첫날
대구공무원노조원들이 9일 오후 달서구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시행 쟁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9일 낮 12시 대구 달서구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출입문 손잡이에는 노조 측이 만든 '보다 나은 행정 서비스를 위해 점심시간 업무를 잠시 휴무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걸렸다. 일주일 간 현수막을 통해 휴무제 소식을 알렸지만 영문을 몰랐던 일부 시민들은 휴무제 도입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낮 12시2분쯤 민원실을 찾은 한 시민이 팻말을 보고 "에헤이~ 휴무네"라며 탄식했다.

이날은 대구의 첫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범운영된 첫날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부(노조)가 강행했고, 첫 대상지역은 달서구다.

점심 휴무제는 낮 12시~오후 1시 공무원들이 교대 근무 형태로 운영하던 민원실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노조 측은 인터넷과 무인 발급기로도 대부분 민원처리가 가능하고, 오후 1~2시에 민원이 더 많아 점심시간 교대 근무가 더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어머니와 왔다 당황한 40대女
"직장인은 이때 말고 못오는데…"
勞 "민원처리 무인기기로 가능"
내년 중·수성구 등 확대 예정



앞서 노조는 2022년부터 대구 구청장·군수 협의회와 휴무제 도입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간 협의가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노조는 이날 달서구 이곡2동을 시작으로 휴무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내년 1월까지 중구, 수성구, 달성군에 행정복지센터를 선정, 시범운영지역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취재진이 이날 낮 12시~오후 1시 지켜본 결과, 민원실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은 모두 4명이다.

일부 시민들은 직장인과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어머니와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낭패를 본 이성연(여·45)씨는 "직장인은 민원실을 찾을 시간이 점심시간 말고는 없다. 그래서 은행은 공공기관이 아니어도 점심시간때 운영을 하지 않냐"며 "온라인 민원처리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공무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점심 휴무제를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권모(여·67)씨는 "민원실을 찾을 일이 잘 없다. 1년에 1~2번 정도 찾는데,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겼다. 40대 여성 공무원 A씨는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에 오래 근무했다. 최근 인감 서류도 온라인으로 발급이 가능해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잘 찾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각 구청 집행부는 점심시간 휴무제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례'가 미비하다며 노조에 시범 운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달서구청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노조에 점심시간 휴무제 운영 중단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요지부동이다.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구청장·군수들이 현장에 나와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민원을 보는 직장인들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며 "시민,공무원 모두 불편한 점심시간 교대 근무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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